아프가니스탄 북부 도시 쿤두즈에서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이 3일 새벽 미군 주도의 연합군으로부터 폭격을 당한 뒤 부상당한 의사회 직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작은사진은 화염에 휩싸인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 모습. 쿤두즈/AP 연합뉴스
어린이 등 환자 7명·의료진 12명 희생
미군 “탈레반 공격중 부수적 피해”
의사회 “미국에 병원 알렸는데 공격”
미, 조사 착수…유엔 “전쟁범죄 될수도”
미군 “탈레반 공격중 부수적 피해”
의사회 “미국에 병원 알렸는데 공격”
미, 조사 착수…유엔 “전쟁범죄 될수도”
미군이 이끄는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해온 병원을 공습해 의료진 등 적어도 19명이 숨졌다. 미군은 탈레반을 공격하는 중에 “부수적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특히, 의사회가 공습 시작 뒤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관련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공습이 30분 이상 계속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탈레반이 지난달 28일 북부 요충도시인 쿤두즈를 점령한 이후 쿤두즈는 아프간 정부군과 미국·나토 연합군의 재탈환 작전으로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최근 1주일간 40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아프간 북동부 지역의 유일한 병원인 의사회 운영시설에서 치료를 받았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발표를 종합하면, 공습은 3일 새벽 2시10분께(현지시각) 시작됐다. 당시 병원에는 환자 105명과 이들의 보호자, 80명이 넘는 의사회 직원이 있었다. 전폭기들은 4~5차례 폭격을 했고, 매번 정확히 병원 건물을 타격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병원은 화염에 휩싸였다. 어린이 3명을 포함해 환자 7명과 12명의 의사회 직원이 숨지고 37명여명이 크게 다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방부 조사가 있을 것이라며 쿤두즈의 “비극적 사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명했다. 미군은 성명을 내 “연합군을 위협하는” 탈레반 대원들을 목표로 공격이 이뤄졌으나 “인근 의료 시설이 부수적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공습이) 미군을 직접 공격하는 저항 세력을 향해 실시됐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도,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이 병원을 거점 삼아 연합군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내무부는 “10~15명의 탈레반 대원들이 병원에 숨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제거됐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의사회 쪽 설명은 달랐다. 아르한 헤헨캄프 의사회 네덜란드 지부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병원은 밤새 출입이 통제됐고, 폭격 당시 병원 내부에는 직원과 환자, 보호자 밖에 없었다”고 올렸다. 탈레반 대원들은 없었다는 것이다. 간호사 2명과 보조원 등 병원 직원들도 병원 인근에서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으며 병원 내 탈레반 대원들의 존재도 부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설령 탈레반이 병원에 숨어 있었다고 해도 공습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이드 라드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의료시설과 의료진은 특별 보호대상”이라며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전쟁) 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강도높이 비난했다.
의사회의 주장처럼 폭격 시작 뒤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공습 사실을 알렸는데도 폭격이 30분 이상 계속됐다면, 민간인 희생을 전제로 폭격을 감행한 미군에 대한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회는 “양국 정부를 포함해 분쟁의 모든 당사자 쪽에 위성항법장치(GPS) 좌표까지 알려주며 의사회 병원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축구장보다 넓은 의사회 병원은 4년간 운영돼 널리 알려져있는 곳이었다”며 어떻게 폭격이 발생했는지 즉각적 조사를 주문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주문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분쟁지역에서의 활동이 높이 평가돼 19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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