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승리하자, 정의개발당 지지자들이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집권당 예상깨고 조기 총선 압승
잇따른 테러…안보위기 내세워
유럽안보협력기구도 “불공정” 비판
“대IS ‘쿠르드 지원’ 미 전략 차질”
에르도안, 대통령제로 개헌 진행
잇따른 테러…안보위기 내세워
유럽안보협력기구도 “불공정” 비판
“대IS ‘쿠르드 지원’ 미 전략 차질”
에르도안, 대통령제로 개헌 진행
1일 치러진 터키 조기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예상을 깨고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5개월 전 과반 확보 실패 뒤 연립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도박’이 성공한 셈이다. 에르도안은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작업에 다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영 <터키라디오텔레비전>(TRT)은 2일 정의개발당이 49.5%를 득표해 전체 550석 가운데 317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7일 총선 때(40.87%·258석)보다 59석이나 늘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은 25.3%(134석)를 얻어 지난 총선과 엇비슷한 성적을 보였다. 정의개발당의 연정 제안을 거부했던 민족주의행동당은 지난 선거 때보다 5%가 떨어진 11.9%(40석)를 얻어 40석이 줄었다. 쿠르드족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은 의회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10%선을 간신히 넘어 59석을 얻었다. 현지 일간 <휘리예트> 등과 외신들은 ‘터키의 통합과 안정을 위해서는 단독정부 구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정의개발당의 전략이 통한 것을 압승 이유로 꼽았다.
지난 6월 총선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터키 정국은 혼미했다. 7월 터키 정부는 3년간 진행해오던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평화협상 및 휴전을 깨고 ‘테러와의 전쟁’을 구실로 쿠르드족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후 터키와 쿠르드노동자당 간의 유혈충돌로 쿠르드족 2000여명, 정부군과 경찰 150여명이 숨졌다. 양쪽에서 4만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내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양쪽의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폭탄이 터져 100여명이 숨지는 최악의 테러도 발생했다. 에르도안은 선거 뒤 낸 성명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쿠르드노동자당을 향해) 폭력, 위협과 유혈사태는 민주주의·법치와 공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정부 성향 일간 <자만>은 “정의개발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쿠르드족과의 평화협상을 깨고 이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반대 목소리를 억압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6월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에르도안과 집권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쿠르드족을 공격해 안보 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최근 터키에서는 정부가 유혈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또 반정부 성향의 방송국이 폐쇄되기도 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선거 결과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이날 터키의 총선이 언론 탄압과 폭력 등 기타 안보 불안 때문에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동안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미국이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데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인 브루스 라이델은 “정의개발당이 반쿠르드족 정서에 호소하기 때문에 쿠르드족을 이슬람국가와의 전투에 활용하는 (미국의) 전략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에르도안은 내각책임제인 터키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 절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2년간 총리로 권력을 휘둘러온 그는 지난해 4선 이상 연임을 금지하는 정의개발당의 당헌에 가로막히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첫 직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6월 총선 뒤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현재 임기 7년 단임을 5년 중임으로 바꾸려 했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선거 결과도 에르도안이 개헌안을 집권당 단독으로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필요한 정족수에 13석이 부족한 상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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