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을 비행하다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탑승객들을 추모하는 러시아 국가애도일인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풀코포 공항 입구에서 행인들이 추락한 항공기 모형 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기술적 결함·조종사 실수 배제
폭발물 의한 사고 가능성 시사
CNN은 “추락때 열 섬광 탐지” 보도
러·이집트 당국 “성급한 주장” 반박
“블랙박스 등 조사 이제 시작”
꼬리 등 기체결함 유사 사고도
폭발물 의한 사고 가능성 시사
CNN은 “추락때 열 섬광 탐지” 보도
러·이집트 당국 “성급한 주장” 반박
“블랙박스 등 조사 이제 시작”
꼬리 등 기체결함 유사 사고도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해 224명이 숨진 러시아 여객기의 항공사 쪽이 사고 원인을 ‘외부 영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고를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1일 추락한 코갈리마비아 항공 9268편의 항공사인 메트로제트는 2일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원인으로 기술적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를 배제했다. 알렉산더 스미르노프 비행담당 부국장은 “우리는 비행기의 기술적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등 인위적 요인을 전적으로 배제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락은) 비행기에 대한 외부 영향”에 의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메트로제트 간부들은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기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나 구난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스미르노프 부국장은 이 비행기의 항속이 갑자기 느려졌고 추락 1분 전 동안 고도가 갑자기 1524m 정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마지막 20초 동안 비행기 고도와 속도의 급격한 하락은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통제하려고 고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항공기가 부서지면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감압 상황은 기내의 모든 사람을 즉각 무력화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스미르노프 부국장은 A321-200 항공기의 수명은 12만 시간인데, 사고 항공기는 5만7000시간 밖에 운항하지 않았다며, 비행기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일축했다. 또 사고 항공기가 2001년 카이로 공항에서 착륙시 발생한 꼬리 부분 훼손 사고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사인 에어버스 쪽이 수리해 보증했다는 것이다. 항공사 쪽은 이슬람국가(IS)의 격추 주장도 일축했다. 이집트와 러시아 당국 등도 이슬람국가가 소지한 대공화기로는 1만m 가까운 고도를 날던 항공기를 격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사 쪽의 주장은 폭발물에 의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사고 당시 시나이 반도 상공에 있던 미국의 한 위성이 열 섬광을 탐지했다고 미국의 한 관리가 전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열 섬광은 미사일 발사, 폭탄 폭발, 오작동으로 인한 엔진 폭발, 기체 화재를 야기하는 구조적 결함, 잔해 지상 충돌 등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미 당국은 그 섬광이 공중이나 지상 중 어디서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러시아와 이집트,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사의 주장이 성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렉산더 네라드코 러시아 항공교통청장은 “비행기록장치가 해독되고 분석돼야 한다”며 “이집트 쪽이 조사를 진행중이며, 어떠한 기록도 건네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도 조사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항공사가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로버트 프랜시스 전 미국 국립교통안전처 부의장은 “블랙박스 해독과 동체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항공사 주장에 회의를 보였다.
신문은 꼬리 등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이와 비슷한 사고도 최근 두 건이나 있었다고 전했다. 2002년 5월 대만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중국항공의 보잉 747기는 고도 1만700m에서 몇 조각 나며 추락했다. 이 항공기는 사고 22년 전에 꼬리 결함 수리를 받았으나, 갑작스런 감압으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1985년 유사한 사고를 당한 일본항공 보잉 747기도 7년 전에 수리한 꼬리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항공기 조종사들은 이륙한 뒤 추락하기까지 46분 동안 항공기를 통제하려고 고투하다가 추락했다. 1996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상공에서 폭발한 티더블유에이(TWA) 점보 제트기는 연료 탱크 내의 스파크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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