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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 ‘이라크 침공’ 끌어낸 찰라비 사망

등록 2015-11-04 20:02수정 2015-11-04 21:21

사담 후세인 정권 반체제 인사
9·11뒤 명분 찾던 미국에 정보 제공
이라크전 실패·부당함의 상징
아메드 찰라비 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
아메드 찰라비 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
2003년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인물인 아메드 찰라비 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이 사망했다.

찰라비는 3일 바그다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71년의 생을 마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로 외국으로 망명했던 찰라비는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과 정보를 제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이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정보는 대부분 허위로 밝혀졌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실패와 부당함을 상징하는 인물로 거론됐다.

이라크 시아파 엘리트 가문인 그의 가족은 1958년 이라크 왕정이 쿠데타로 붕괴되자 해외로 망명했다. 찰라비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수학자로 레바논 베이루트의 아메리칸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1990년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해 걸프전이 발발하자, 본격적인 반체제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찰라비는 1992년 런던에서 이라크국민회의를 조직해, 대표적인 이라크의 해외 반체제 인사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선호하는 인물이었고, 정기적으로 자금을 받아왔다. 1995년 이라크의 쿠르드족 도시인 아르빌에서 후세인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하는 등 적지않은 군사행동을 펼쳤으나, 인명피해만 초래하는 실패로 끝났다. 이때부터 그는 서방 정보기관 등의 자금만 챙겨먹는 의미에서 ‘런던 호텔 로비에 참호를 판 게릴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역할은 9·11 테러 뒤 이라크 침공 명분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 때 극대화됐다. 네오콘 세력들은 그를 ‘이라크의 조지 워싱턴’이라고 치켜세웠고, 중앙정보국은 그와 이라크국민회의의 입을 빌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알카에다 연관성을 주장했다. 특히,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후세인 정권의 생화학무기 개발 증거로 언급했던 사례는 찰라비의 한 측근의 형제가 제공한 허위 정보에 근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엔지니어를 사칭한 사기꾼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커브볼’이라는 암호명으로 관리하던 라피드 아메드 알완 자나비라는 이 인물은 나중에 자신의 허위 정보를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찰라비는 후세인 정권 타도 뒤 임시정부 격인 이라크통치위원회 수반, 2005년 과도정부에서 부총리와 석유장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서 정치적 기반이 없는데다, 이라크 전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미국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2004년에 미군 특공대는 그의 자택을 급습해, 이란과의 연루 증거를 찾으려 했다. 2005년 총선에서 그는 낙선해,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잃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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