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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내전·굶주림…끝이 안보이는 ‘마다야의 비극’

등록 2016-01-12 21:07

시리아 남서부 지역 ‘거대감옥’
헤즈볼라 출입통제 4만명 아사위기
풀 수프 끓여먹고 고양이 잡아먹고
쓰러져 병원가도 소금만 건네받아
작년 12월 최소 28명 영양실조 사망

유엔난민기구 구호물품 도착했지만
주민들 구호에는 턱없이 모자라
11일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한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출발해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돼 출입이 통제된 남서부 마다야로 향하고 있다. 다마스쿠스 마다야/AFP 연합뉴스
11일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한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출발해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돼 출입이 통제된 남서부 마다야로 향하고 있다. 다마스쿠스 마다야/AFP 연합뉴스
4만2000명이 굶주림에 허덕여온 시리아 남서부의 ‘거대한 감옥’ 마다야에 3개월 만에 구호의 손길이 닿았다. 마다야는 시리아 정부군 쪽에 포위돼 있는 반군 장악 지역이다. 이날 반군에 포위된 북부의 ‘또다른 감옥’ 푸아와 케프라야에도 구호 물품이 전해졌다.

11일 밤, 마다야에 음식과 의약품, 담요와 비누 등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4대가 도착했다. 이곳 주민들이 한달간 버틸 수 있는 생필품을 실은 트럭 40여대의 일부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주민들은 새벽부터 거리에 나와 이들의 도착을 기다렸다.

마다야에 도착한 사자드 말리크 유엔난민기구 시리아 대표는 “주변에 굶주린 아이들이 몰려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들뜬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일부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구호물품이 도착한다는 소식에 마다야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물품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마스쿠스 마다야/AFP 연합뉴스
이날 구호물품이 도착한다는 소식에 마다야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물품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마스쿠스 마다야/AFP 연합뉴스
구호물품을 기다리지 못하고 불과 몇시간 전에 아사한 주민도 있었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9살짜리 소년과 성인 남성 4명이 영양실조의 영향 등으로 숨졌다. 앞서 국경없는의사회 쪽은 지난 12월부터 마다야에서 아기 6명을 포함해 적어도 28명이 영양실조 등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의료진들은 200여명이 일주일 안에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400명을 즉시 데리고 나와야 할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반군 장악 지역으로 지난해 7월 친정부 성향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포위된 마다야는 철조망과 지뢰, 무장한 헤즈볼라 대원들에 둘러싸여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지난해 10월 한차례 유엔 구호물품이 반입됐지만, 이도 잠시, 마다야의 생필품은 곧 바닥났다. 이런 마다야의 참상은 최근 현지 활동가에 의해 외부로 전해지며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풀을 넣어 스프를 끓이고 올리브 나뭇잎을 조미료로 쓰며 당나귀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마다야 주민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시리아 내전의 민낯을 드러냈다. 17살의 마다야 소녀 히바 압델 라흐만은 “우리는 15일 동안 스프밖에 먹지 못했다”며 “한 남자가 고양이를 죽여 가족들에게 토끼고기라며 주는 모습을 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주민들이 쓰러져 병원에 가도 소금을 건네받을 뿐이라며, 주민들이 거리에서 이웃을 마주쳐도 얼굴이 너무 말라 서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방송 카메라에 4살 남짓되는 아이를 들이밀며 “우리도 분명 아랍인이다. 대체 이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냐”며 분노하는 어머니들의 모습도 전해졌다.

반군이 둘러싸고 있는 시아파 주민 지역인 시리아 북부의 푸아와 케프라야의 주민 1만2500명에게도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1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이 도시들도 당장 한달 뒤,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시리아 내전의 모든 당사자들이 주민 밀집지역을 봉쇄·포위 전략을 쓰며 상대방이 굶주림에 지쳐 항복해올 것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현재 시리아에 40만명이 음식과 의약품 공급이 중단된 채 정부군 또는 반군에 포위되어 있으며, 450만명이 구호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의 참상은 아직 끝이 없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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