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폭탄테러 IS 소행…뒤늦은 “IS와의 전쟁”

터키의료협회 회원들이 12일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이스탄불의 관광 중심지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꽃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 테러로 독일인 관광객 8명 등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광장 테러범, 외국인 출신 IS”…EU와 계약뒤 국경통제 강화
외신, 터키 정부 노력 너무 늦어…검거 나서자 IS 보복 시작

터키 정부가 독일인 관광객 10명이 숨진 12일 터키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 광장의 자살폭탄 테러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수년간 이슬람국가를 방조해온 터라 때늦은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술탄아흐메트 광장의 테러범이 외국인 출신의 다에시(이슬람국가) 조직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영 <도안> 통신은 범인이 사우디아라비아 태생의 나빌 파들르(28)라고 보도했는데, 터키 보안당국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이번 테러와 관련된 혐의로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터키에서는 지난해 이슬람국가가 벌인 2건의 테러로 수도 앙카라와 국경도시 수루츠에서 140여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국가가 아닌 터키로부터 독립 투쟁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상대로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에르도안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총선을 염두에 둔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에르도안 정부가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뒤 쿠르드족을 향한 에르도안의 공세는 더 거세졌다. 지난 주말에도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상대로 한 공격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터키군은 지난 주말에만 남부 쿠르드족 지역에서 32명을 살해했다. 지난달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시작한 뒤 448명의 쿠르드노동자당 관련자가 숨졌다.

과거와는 달리 에르도안은 이번 테러 직후 공격의 배후로 이슬람국가를 지목했다. 아울러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터키의 단호하고 원칙적인 입장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이슬람국가를 방조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터키는 최근 들어 시리아와의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과 30억유로짜리 ‘지원 계약’을 맺고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을 억제하기로 한 뒤였다. 터키 정부는 11일 이슬람국가 관련자 2896명을 추방했다고도 밝혔다. 최근엔 이슬람국가 세포조직 등에 대한 검거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터키 정부의 이런 노력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 몇년간 터키 안에서 이슬람국가가 네트워크를 구축해왔으며 이제 당국이 검거에 나서자 보복 테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제 에르도안한테 쿠르드족 세력 격퇴에 집중해온 게 잘못된 방향이었는지, 정치적 목적이 있었는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뻗어나오는 테러 위협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지 등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