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은 조류독감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철새들의 겨울철 이동 경로에 있어 조류독감의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유럽과 시베리아의 철새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날아가 겨울을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르단 동부 아즈라크에 있는 오아시스에는 이미 철새 떼가 관측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조류독감이 늦어도 내년 봄엔 아프리카에 상륙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철새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요르단은 17일부터 전국의 모든 가금류 농장을 소독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요르단은 조류독감 방역을 위해 1억2100만달러를 긴급 투입할 계획이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연합도 철새 사냥을 전면 금지하고, 항바이러스제 확보에 나섰다.
철새들이 많이 찾는 케냐는 18일 조류독감 발생 국가의 가금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케냐는 콩고, 수단과 함께 조류독감 확산 저지를 위한 공동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더반과 포트 엘리자베스 지역의 과학자들에게 야생 조류의 배설물을 수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아프리카에 조류독감이 번질 경우 다른 지역보다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아프리카엔 현재 2500만명의 에이즈 양성반응자가 있는데, 이들은 빈곤과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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