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원색적 비난 이례적
“유엔 중립성·도덕성 상실” 발언도
“유엔 중립성·도덕성 상실” 발언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테러리즘을 부추긴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 총장이 “점령에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장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발이었지만, 회원국 수반이 유엔 사무총장을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착촌 분쟁은 1967년 3차 중동전(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시작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에 맞서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해온 이스라엘은 최근 서안에 150가구 규모의 새 정착촌 건설에 나섰다.
반 총장은 2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중동토론회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국제사회를 모욕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2개 국가 해법’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이스라엘인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흉기 공격 등도 비난했지만, 외신들은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반 총장이 평소와 달리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좌절감은 반세기에 이른 점령의 중압감과 평화협상의 마비로 인해 커져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억압받은 사람들이 여러 시대에 걸쳐 보여왔듯이, 점령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는 종종 증오와 극단주의의 효과적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이후 서안에서는 충돌이 격화해 적어도 155명의 팔레스타인인과 28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졌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반 총장의 발언이 테러를 부추긴다”며 “유엔은 이미 오래전에 중립성과 도덕적 힘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의 살인자들은 국가를 건설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파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현재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은 55만명에 이르며, 팔레스타인인은 서안에 270만명, 동예루살렘에는 35만명이 살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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