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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 ‘10살 소년병’ 와실은 왜 참혹하게 살해당했나

등록 2016-02-03 18:02수정 2016-02-03 18:17

텔레반 공격에 용감히 대항했던 와실은 자신의 몸보다 큰 경찰 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텔레반 공격에 용감히 대항했던 와실은 자신의 몸보다 큰 경찰 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역 자경단 소속으로 텔레반에 맞서 ‘꼬마 영웅’ 칭호받아
5개월 전부터 학교 생활하며 지냈으나 텔레반에 살해 당해


아프가니스탄 우루즈간주의 주도 티린코트에 사는 10살 소년 와실 아흐마드는 지난 1일 시장으로 야채를 사러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섰다. 그때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이 다가와 방아쇠를 당겼다. 짧은 순간 발사된 두 개의 총알은 소년의 머리를 관통했다. 아프간의 지역 자경단에서 소년병으로 탈레반과 싸웠다가, 다섯 달 전부터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소년으로 돌아간 와실은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뉴욕 타임스>는 2일 우루즈간주에서 ‘소년 영웅’이었던 와실의 암살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이 와실을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와실의 삼촌인 압둘 사마드는 탈레반에서 사령관으로 활동하다, 4년 전 그를 따르는 36명의 대원들과 함께 탈레반을 이탈해 정부 진영으로 돌아섰다. 와실의 아버지도 이 부대 소속이었다. 아프간 정부는 사마드에게 70여명의 지역 자경단을 지휘할 권한을 줬고, 그는 곧 우루즈간 지역을 관할하는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사마드의 부대는 이후 탈레반과의 전투에서 18명이 숨졌는데, 와실의 아버지도 숨졌다.

탈레반의 공격이 집중되던 지난 여름 사마드의 부대는 탈레반에 포위당했다. 사마드는 포위된 지 한 달 만에 부상을 입었다. 와실이 삼촌을 대신해 부대를 ‘지휘’하며 탈레반에 맞선 것도 이때부터였다. 사마드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와실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마치 기적과도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상을 입은 자신을 대신해 어린 와실이 44일간 부하들을 이끌었고, 지붕 위에서 로켓포를 쏘며 탈레반의 공격에 대항했다고 했다.

아프간 소년병 와실.
아프간 소년병 와실.
지난해 8월, 포위가 풀리고 사마드의 부대는 미군 등에 의해 구출됐다. 와실은 탈레반에 맞서 싸운 ‘꼬마 영웅’으로 큰 환영을 받았다. 지역 경찰서장이 티린코트에서 주최한 퍼레이드에서 와실은 자신의 몸보다 큰 경찰 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과 지역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와실의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널리 퍼졌다.

이후 와실은 소년병으로 활동하는 대신 초등학교 4학년에 진학했다. 삼촌은 와실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주면서 공부에 전념하도록 했지만, 친척들은 와실이 공부보다 군사 문제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기억했다. 와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무기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취미로 경찰차를 운전하며 놀기도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그의 장래를 생각해 경찰이나 군사적 문제보다는 학교에 다닐 것을 권했다. 하지만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탈레반의 총탄에 쓰러졌다.

아프간 인권위원회의 라피울라 바이더 대변인은 어린이의 삶으로 돌아간 와실을 참혹하게 살해한 탈레반을 비난하면서도, 와실에게 경찰 제복을 입히고 퍼레이드를 벌였던 지역 정부도 소년병을 금지하는 법률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해 소년병을 엄격하게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바이더 대변인은 여전히 소년병들이 있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년병은 68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20명은 탈레반과 같은 무장 세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3년 집계된 97명보다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여전히 소년병이 아프간 전쟁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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