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베들레헴 난민촌의 어린이들이 비영리 단체 국경없는음악인과 사회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음악 치유 프로그램에서 악기를 배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운즈오브팔레스타인 페이스북 갈무리
비영리단체 ‘국경없는 음악인들’
악기 연주·음악 이론 가르치며
팔레스타인 아이들 트라우마 치유
악기 연주·음악 이론 가르치며
팔레스타인 아이들 트라우마 치유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베들레헴의 아이다 난민캠프 어린이들은 밤이 두렵다. 이스라엘 군은 꼭 어두운 밤에 들이닥쳐 집안을 뒤지고 부모와 형제를 붙잡아간다. 이스라엘 군에 돌을 던졌다거나 팔레스타인 저항조직과의 관련성을 조사한다는 이유에서다. 난민촌에는 이스라엘군에 목숨을 잃은 청년들의 묘지가 있다. 17, 19, 20…. 묘비명에 새겨진 숫자는 형과 삼촌들의 마지막 나이다.
공포와 증오로 얼어붙은 난민촌의 어린 마음들을 음악이 달래주고 있다. 비영리 국제단체인 ‘국경없는 음악인들’과 사회활동가들이 2012년에 만든 모임 ‘사운즈 오브 팔레스타인’(Sounds of Palestine)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동심을 되찾아주기 위해 클라리넷, 첼로, 바이올린 같은 악기 연주와 음악 이론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최근 보도했다.
프로그램 매니저인 아흐마드 아제는 “날마다 총성과 최루탄이 터지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을 가르칠 뿐 아니라, 평온하고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의 야라 카루프는 “첼로 연주가 좋아요. 여기 있으면 재미있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자랑하는 것도 신나요”라며 즐거워했다.
음악 교사들은 사회활동가와 짝을 이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상담도 한다. 8살 아흐마드 사케르는 지난해 말 사촌 형을 이스라엘 군의 총에 잃었다. 어린 사케르도 집에서 이스라엘 군에 체포돼 끌려간 뒤 몇시간 동안이나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그 뒤로 사케르는 말과 웃음을 잃었고,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으며, 종종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그런 사케르가 음악을 배우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케르는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한다.
아이들의 기량도 늘어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불과 4년 동안 연례 예루살렘 현악대회에서 1등 입상자가 2명이나 나왔다. 지금은 5~9살 어린이들만 가르치지만 매년 참여 연령대를 한 살씩 늘려갈 계획이다. 그러나 외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모임의 재정은 늘 부족하다. 아제 프로그램 매니저는 “언젠가는 독자적인 학교 건물을 짓고 모든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과 치유를 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악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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