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이란 여성모델 8명이 이란 검찰에 체포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웹페이지 갈무리.
검찰 “비이슬람적”…여성 모델 ‘적’으로까지 규정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기를 끌던 이란의 여성 모델 8명이 수사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두르지 않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행위가 ‘비이슬람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패션 산업을 장려하면서도,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모델 활동은 통제하려는 이란 사회의 모순된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아바스 자파리 돌라타바디 테헤란 검찰총장은 이란 국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이버범죄 전담 수사팀이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수사했으며, 수사 대상에 오른 170여명 중 여성 모델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히잡을 쓰지 않고 머리카락을 드러낸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란의 법률에 의하면 공공장소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히잡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려야 한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는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 등 모델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직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돌라타바디 검찰총장은 이번에 체포된 여성 모델들을 ‘적’으로 규정하며, “그들은 특히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란의 문화적, 사회적인 영역을 침범하려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불법적인 사진이 올라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16일 방송에는 이란의 유명 여성 모델로 활동했던 엘함 아랍(26)이 등장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 여성들은 자신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며, “모델로서 명성을 얻기 위해 영예를 잃은 여성과 결혼을 하길 원하는 남자는 없다”고 역설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엘함 아랍 역시 몇개월 전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가 계정을 삭제당했다는 점이다. 이날 아랍은 까만 히잡을 쓰고 장갑을 착용한 채 방송에 나왔다.
<뉴욕 타임즈>는 이번 사건을 전하며 “이란의 강경파들은 여성의 히잡 문제를 서구의 문화적 영향을 막는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자바드 바베이 수사관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불법적인 모델 행위는 이란의 생활상을 바꾸기 위해 제국주의자들이 시작했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모델 산업이 이슬람 율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여러 통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란에서는 등록된 모델에 한해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신분증이 발급되며, 모델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도 허가증을 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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