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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살아 돌아왔는데” 보코하람 납치 피해자들 ‘따가운 낙인’에 고통

등록 2016-05-19 19:44수정 2016-05-19 22:27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납치 여성들 성노예·테러범으로
천신만고 끝 귀향, 의심·냉대 시달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보코하람으로부터 탈출한 피해자들이 머물고 있는 나이지리아 정부 캠프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캠프에서 지내는 하프사트 이브라힘이 데리고 있는 15개월짜리 딸이 바로 보코하람 무장대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라는 것이다. 캠프 사람들은 이브라힘에게 기분 나쁜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이브라힘이 옆에 앉기라도 하면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쁜 시선으로 저를 보지만, 그게 아이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이브라힘은 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17일 나이지리아 치복시에서 보코하람에 의해 집단납치를 당했던 219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인 아미나 알리 은케키(19)가 약 2년만에 보르노주의 인근 숲에서 발견됐다고 <에이피>(AP)등 외신이 18일 보도했다. 은케키는 당시 납치된 여학생들 중 6명은 숨졌으나, 나머지는 다 살아있다고 말해 실종자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겼지만, 이브라힘처럼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여성 피해자들은 풀려난 뒤에도 ‘테러리스트’ , ‘더럽혀진 여성’이라는 낙인에 시달리고 있다.

보코하람에 대한 분노의 화살이 엉뚱하게도 피해 여성에게 향하는 것은 납치된 여성들이 폭탄 테러에 이용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테러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납치된 여성들을 모두 보코하람 대원으로 간주한다. 17살 때 납치돼 보코하람 무장대원과 강제 결혼을 해야했던 자라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남편은 자라에게 “테러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천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폭탄 테러에 가담할 것을 강요했다. 무장 대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보호 캠프에서 머물고 있는 자라는 “만약 이 아이가 반란군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여기서 지내지 못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라는 아이가 (보코하람 무장대원의 아이가 아닌) ‘보코하람에 의해 살해된 전 남편의 아이’로 이야기를 꾸며냈다.

무사 바바 국제연합 인구기금 구호 활동가는 “피해자들은 주위의 비난 때문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개인이 견뎌야 하는 짐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보코하람으로 인해 납치된 여성은 2014년 이후 최소 2000여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대부분 성노예와 폭탄 테러 훈련에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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