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알레포의 킨디 병원 앞에 시리아 정부군이 모여있다. 이 병원은 2013년부터 반군이 장악하고 있었으나 최근 정부군이 이 지역을 장악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사태의 해결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이 전격 중단됐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미국은 (시리아에서) 적대행위의 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개설한 러시아와의 양자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며 “불행히도 러시아는 국제 인도주의 법의 준수를 포함해 그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동의한 협정을 시리아 정권이 준수하도록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최근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의 반군 장악지역에 집중공습을 퍼부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향후 양국 공동지휘사령부 창설시 투입하기 위해 파견했던 인력도 철수한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알레포에 대한 공격을 비판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모두의 인내심이 다 해 간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일주일간의 임시휴전이 끝난 뒤 교전이 되레 격화한 시리아 내전은 당분간 진정될 계기를 찾기 힘들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소원한 관계도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통제하지 못하고 민간인을 겨냥한 공습을 지원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온건 반군과 알카에다와 연계된 지하디스트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맞선다.
앞서 지난달 29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와) 시리아 논의를 중단하기 직전”이라면서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이 벌어지는데, 앉아서 진지하게 논의를 한다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협상 중단’ 선언에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알레포 인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의 핵심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는데,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자바트 알누스라(옛 알카에다 연계조직)인지, 미국은 왜 테러리스트와 온건 반군을 구분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협상 중단’ 선언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기급 플루토늄의 잉여분 폐기 협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 푸틴은 이날 대통령령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행동’을 해왔고, 협정의 의무 사항을 이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러시아가 갑자기 ‘핵물질 폐기’ 중단 선언을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990년대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러시아와의 플루토늄 폐기 협상을 지켜봤던 게리 새모어는 푸틴의 대응은 군사적 신호라기보다 정치적 성격이 크다고 봤다. 그는 3일 <뉴욕 타임스>에 “러시아의 선언은 특히 시리아 휴전협정의 실패 이후 더 악화된 미-러 관계의 일부를 보여주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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