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리아 북서부 칸샤이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시리아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4일 이 지역에는 시리아 정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 칸샤이쿤/AFP 연합뉴스
코란(이슬람 경전) 시험을 보기 위해 4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마리암 아부 칼릴(14)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건물에 폭탄을 투하하는 비행기의 모습이었다. 칼릴은 폭발을 “눈을 찌르는 노란 버섯구름 같았어요. 겨울 안개 같았죠”라고 기억했다. 애초에 코란 시험 일정이 이른 아침에 잡힌 것도 보통은 그 시간에 폭격이 덜 하기 때문이었다. 집 가까이에 있는 대피소로 달려갔을 때 칼릴은 몇몇 주민이 부상자를 도우려고 온 것을 봤다. “밖에 나갔을 때, 그들은 가스를 마시고 죽었어요.”
<알자지라>는 시리아 칸샤이쿤에서 여러 야전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지원단체 ‘아메리칸 메디컬 소사이어티’를 인용해 전날 공습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적어도 72명이 숨지고 5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가족과 친지 수십명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고통스럽게 숨져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오르와 아부 아마시(33)의 휴대폰 ‘왓츠앱’ 메신저에는 숨진 친척 46명의 이름을 적은 메시지가 길게 띄워져 있다.
이 지역에서 공습은 일상이었다. 반군 소속인 야세르 사르마니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습을 하는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학무기가 투하된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급히 오토바이를 몰고 공습 피해자들을 도우려고 가다가 기절했다. “바람에 맞서 운전하는 동안 눈이 불타는 듯했고 질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산소를 공급받고 1시간 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온 바닥에 아이들이 있었고, 몇몇은 죽고 다른 이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숨을 쉬려고 하는 사람들 얼굴 전체에 거품이 일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격에 사용된 독성물질이 칸셰이쿤이 속한 이들리브주에서 정부군이 종종 사용했다는 염소가스가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의료 관계자들과 목격자들 말을 들어보면, 염소가스 공격은 대체로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가스가 빨리 흩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옥외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증상도 달랐고, 몇몇 사람들은 단순히 피해자들과 접촉했을 뿐인데도 아팠다”고 보도했다. 염소가스가 아닌 다른 종류의 화학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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