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영묘.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호메이니의 영묘에서 7일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하고 자살 폭탄을 터뜨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 연합뉴스
이란 이슬람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묘와 의사당이 동시 테러를 당했다. 이란 혁명의 상징을 겨냥한 테러에 대해 이슬람국가(IS)는 즉각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보수 왕정들이 강경한 반이란 노선을 펴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테러는 수니-시아파, 사우디-이란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 호메이니 영묘와 의사당 동시 테러 7일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의 의사당과 남쪽으로 20여㎞ 떨어진 호메이니의 영묘가 있는 사원에 동시 테러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 관리는 이번 공격으로 경비병 등 1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국영방송에 말했다.
현지 언론은 의사당에는 4명이 여성으로 위장한 채 들어가 AK-47소총과 권총을 들고 공격에 나섰으며, 이 중 1명이 의사당 4층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타스민> 통신은 테러범 중 한명이 의사당 건물 밖으로 나가 거리에서 총기를 난사했다고도 전했다. 의사당 북쪽 입구로 침입한 테러범들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경비병 1명도 사망했다. 테러범들이 4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의사당 공격 개시 30분쯤 뒤에는 호메이니의 영묘가 있는 사원에서도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소총과 자살폭탄으로 무장한 괴한 4명의 총격으로 경비병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이곳에서도 테러범 중 한명이 자살폭탄을 떠뜨렸다. 자살 폭탄을 터뜨린 테러범이 여성이고, 또다른 여성 한명이 체포됐다고 이란 언론들은 전했다.
■ 처음 공격당한 이슬람혁명의 상징 호메이니 영묘가 공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슬람국가는 이날 이란 의사당을 공격하는 대원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의 상징인 영묘와 의사당을 이슬람국가가 공격했다면, 이 조직이 이란에서 감행한 첫 테러다. 이슬람 수니파인 이슬람국가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상징적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해 종파분쟁을 격화시켜 존립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슬람혁명을 이끈 호메이니는 최고 지도자로 종교와 정치 모두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다 1989년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그의 지침을 따르는 종교 지도자들이 최고 지도자로 선출되고 있고, 현재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 지도자다.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의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으며, 내전중인 시리아에서도 시아파 정부군과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이슬람국가 격퇴에 나서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근거지를 잃어가고 있는 이슬람국가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3월 이란어로 제작한 동영상에서 “이란을 정복해서 과거처럼 수니파 무슬림 국가로 복원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슬람국가를 포함한 수니파 세력들은 이란에서 다수인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한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이란 의사당의 모습. 7일 의사당에 침입한 무장괴한들이 무차별 총격을 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PA 연합뉴스
이번 공격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보수 왕정 국가들의 반이란 노선 본격화와도 맞물려 중동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사우디 등은 지난 5일 이란과의 밀접한 관계 등을 이유로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처를 발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동 순방에서 사우디 등 수니파 권위주위 국가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함께 강경한 반이란 정책을 표방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