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2 15:53
수정 : 2017.06.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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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서 19일 정부군 병사가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낭가르하르/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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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프간 병사용으로 사들인 위장복
삼림지역에 더 적합…2800만달러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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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서 19일 정부군 병사가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낭가르하르/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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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대부분이 산악과 사막 지형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아프간 병사용으로 삼림지역에 적합한 위장복을 사들여 2800만달러(320억원)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아프간은 국토의 2.1%만 삼림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이날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의 17쪽짜리 보고서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2007년 아프간의 압둘 라힘 와르다크 국방장관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삼림 지역에 적합한 전투용 위장복 136만4602벌과 8만8010복의 바지를 여벌로 구매해 지원했는데, 이 위장복이 아프간의 환경에 적합한지에 대한 시험도 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와르다크 국방장관은 “새롭고 독특한” 군복이 아프간 병사들한테 필요하다고 결정했고, 이에 아프간군을 훈련시키던 미군은 인터넷으로 위장복을 검색했다. 당시까지 아프간 병사들은 여러 나라가 기부한 온갖 군복을 입고 있었다. 미군은 ‘하이퍼스텔스’라는 회사의 위장복을 발견하고 사진을 와르다크 장관에게 보여줬다. 이 위장복이 마음에 든 와르다크 장관은 2007년 5월 삼림에 적합한 이 위장복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미 국방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위장복 대신 일반 기업이 생산하는 값비싼 위장복을 구입하게 됐다. 2007년부터 군복 비용으로만 9300만달러를 지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만약 국방장관이 보라색이나 핑크색을 좋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핑크색 군복을 사서 입히고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을 건가? 이건 미친 짓이다”라며 “우리는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2800만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아프간 관련 예산을 감사해온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또 위장복의 단추를 지퍼로 바꾸면서 세금을 낭비했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나 아프간 정부 모두 위장복이 아프간 환경에 적합한지 여부는 따지지도 않았다고 밝히며, 오히려 사막과 산악지형에서 눈에 더 잘 띄어 탈레반이나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소프코는 “가련한 아프간 병사들한테 미안하다”며 “그들은 등에 과녁을 달고 ‘나를 쏴 봐’ 하면서 걸어다니고 있다. 아프간 국토의 2%만이 삼림이다”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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