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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로 물든 십계의 땅 시나이…‘수피파’ 향한 IS 테러인 듯

등록 2017-11-26 16:40수정 2017-11-26 20:52

무르시 축출 후 지하드 근거지…정부 차별당한 민심도 IS편
24일 괴한 25~30명 모스크 총격·폭탄 테러로 305명 사망
배후 자처 세력 없지만 테러 현장서 이슬람국가 검은 깃발
24일(현지시각) 무장괴한의 총격·폭발 테러로 최소 305명이 숨진 이집트 시나이반도 비르 알아베드의 라우다 모스크가 멀리 보이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신발이 한데 쌓여있다. 비르 알아베드/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무장괴한의 총격·폭발 테러로 최소 305명이 숨진 이집트 시나이반도 비르 알아베드의 라우다 모스크가 멀리 보이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신발이 한데 쌓여있다. 비르 알아베드/AFP 연합뉴스
모세가 신한테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을 품은 땅, 아프리카와 서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 전세계 순례자들을 유혹했던 성지이자 휴양지로도 알려진 시나이반도가 24일 또다시 피로 물들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이 비르 알아베드에 있는 수피파 모스크를 습격해 최소 305명이 숨지면서 이집트 현대사에서 최악의 테러 공격으로 기록됐다.

<비비시>(BBC) 등 외신은 26일 현재 테러 공격 사망자가 어린이 30명을 포함해 305명, 부상자는 12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공격자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괴한들은 이슬람국가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수사당국이 밝혔다. 압둘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사건 직후 텔레비전 연설에서 “복수”를 다짐하면서 “철권”으로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테러 몇시간 뒤 전투기가 시나이반도 사막에서 테러 가담자들을 폭격했다고 이집트 당국이 밝혔다며, 시나이반도 곳곳에 정부군이 증강 배치됐다고 전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군의 ‘반짝 보복’이 이뤄졌으나, 이미 2014년 10월 33명의 보안군이 숨진 뒤 비상 조처를 선포한 시시 정부의 ‘시나이반도 전략’이 부실했음을 이번 테러가 보여준다. 2011년 인접국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이후 시나이반도에 대량 무기 반입이 이뤄졌고,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실각한 뒤 본격적으로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나이반도는 지하드(이슬람 성전)의 주요 근거지가 됐다. 특히 산악지대에서 은신이 쉬운데다, 오랜 세월 정부로부터 무시와 차별을 받아온 시나이 북부 지역 베두인족의 민심이 이슬람국가로 기울어 정부의 대테러리즘 활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3년 7월 이후 시나이반도에서 숨진 군인과 경찰만 1000명이 넘는다. 2014년 2월에는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들이 탄 관광버스가 이슬람국가 이집트지부의 전신인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의 공격을 받아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2015년 10월 러시아 여객기가 이슬람국가의 폭발물 테러로 추락해 승무원과 224명이 숨졌고, 지난 9월에는 경찰관 18명이 폭탄·총격 테러로 사망했다.

나빌 사디끄 이집트 검찰총장이 밝힌 24일 사건 정황을 보면, 여전히 시나이반도에서 테러 공격이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 복면을 쓴 25~30명의 무장괴한이 스포츠실용차(SUV) 5대에 나눠 타고 모스크에 도착했다. 정문과 12개 창문 등 사방을 포위한 괴한들은 폭발물을 터뜨린 뒤 500여명의 신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 테러범들은 신자들이 도망가는 걸 막으려고 주차돼 있던 차량 7대에도 불을 지른 뒤 일사불란하게 도주했다. 주민 무함마드 압델 살람은 <뉴욕 타임스>에 “심지어 모스크에서조차 (테러 공격) 표적이 된다면 어디가 안전하겠느냐”며 ‘무방비 도시’ 시나이반도의 상황을 전했다.

이번 공격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전통적 표적인 기독교 분파 콥트교도나 군경이 아니라 이슬람 종파인 수피파 신도들을 겨냥했고, 살상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슬람국가의 우려할 만한 ‘전술적 변화’로도 읽힌다. 수피파는 명상과 평화, 관용을 강조하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로, 이슬람 성인들의 무덤에서 행하는 예배를 중시한다. 이슬람국가는 수피파를 우상을 숭배하는 이단이라며 배격하고 수피 지도자를 참수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시나이 북부에 가족적 연고가 없는 조직원들이 늘면서 (테러의) 잔혹성도 커지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패퇴한) 이슬람국가와의 제휴 압박도 늘고 있는데, 이들이 이슬람국가의 일원이라는 걸 보여주려면 더 잔혹한 공격을 모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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