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31 11:59
수정 : 2017.12.3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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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란 테헤란대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최루가스가 뿌려졌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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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슈하드서 실업 등 경제 문제로 시작
3일만에 테헤란 등 9개 도시 넘게 퍼지며
하메네이 퇴진 요구 등 체제 불만으로 번져
현지 소셜미디어에 ‘총격으로 2명 사망’ 주장
트럼프 ‘지지’ 트위트에 ‘조용히 하라’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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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란 테헤란대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최루가스가 뿌려졌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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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이란 정부 흔들기에 나섰다.
<비비시>(BBC) 방송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30일 밤까지 적어도 이란 내 9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백~수천명 단위의 반정부 집회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28일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실업과 식품 가격 상승 등 경제 관련 불만으로 시작됐다. 이날 마슈하드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의 청년실업률은 26.7%에 달한다.
시위는 30일까지 테헤란, 케르만샤, 아브하르 등 전국으로 번졌다. 애초 경제 문제에 집중하던 시위대의 구호도 로하니 정부 및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성직자 통치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발전했다. 30일 명문대인 테헤란대에서도 학생들이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북서부 도시 아브하르에서는 하메네이의 초상을 불태우기도 했다.
시위대는 정부가 국외 문제가 아닌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마슈하드 시위에서는 “내 삶은 (팔레스타인) 가자, 레바논이 아닌 이란에 있다”는 구호가 나왔다. 이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의 중요한 지지 세력이고,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및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중동 전역의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정부는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다. <비비시>는 이란 현지인들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주장을 한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6개월간 이어진 뒤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란 당국은 시위의 배후가 반혁명 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 안사리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교수는 “(중심) 조직이 없기 때문에 시위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이 어렵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정을 두려워하는 중산층이 대규모로 시위에 합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30일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곳곳에서는 4천명 규모의 친정부 집회도 열렸다. 2009년 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것을 기념해 매년 열리는 이 집회는 올해는 반정부 시위에 맞선 ‘맞불 집회’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이란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며 반정부 시위를 응원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란 시위대를 돕고 싶다면 침묵을 지키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핵협정을 깨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란과 대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경제 문제가 미국의 제재에 기인한 바가 커 이란인들이 미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대 지지는 오히려 이란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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