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입학시험 치르던 엄마

등록 2018-03-21 17:21수정 2018-03-21 17:39

25살 자한 타브, 아프가니스탄 대입 시험장에서
태어난 지 두 달된 아기 울자 품에 안고 시험 문제 풀어
사연 알려지자 영국 NGO ‘아프간 청년연합’ 모금 캠페인 시작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히잡을 쓴 한 여성이 모래 바닥 위에 종이를 펼쳐 놓는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읽는 시선이 분주하다. 이따금씩 종이를 채워 나가는 모습은 꽤 불편해 보인다. 품 안엔 갓난아기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다이쿤디주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찍힌 한장의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25살 자한 타브다. 지난 16일 닐리에 있는 나시르후스라우 고등교육대학에서 입학시험(칸코르)을 치르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기를 데리고 간 입학시험장에서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타브는 당장 바닥에 내려앉아 아기를 품 안에 넣고 어르고 달래며 시험 문제를 풀었다. 시험장에 나왔던 교수 야햐 에르판이 이 모습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에르판은 “그 장면은 매우 놀라웠다. 함께 시험을 본 학생들이 모두 그를 우러러봤다”고 <시엔엔>에 전했다.

세 자녀의 엄마인 타브는 이브시토에 산다. 학교가 있는 닐리까지 오려면 6시간에서 8시간이 걸린다. 사회과학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큰 꿈에 아기를 안고 먼 길을 달려왔다.

18살 때 그 마을 소작농이던 모세스와 결혼한 그는 3년 전부터 대학 입학을 꿈꿨지만, 학비 문제로 선뜻 시험을 볼 수조차 없었다. 나시르후스라우대학의 학비는 연 1만∼1만2천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15만3300원∼18만4300원)로, 1인 국내총생산(GDP)인 572달러(61만3000원)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타브는 장학금 수혜 방법을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아직 학비를 모두 마련하지는 못했다.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이 사진 한 장으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 영국 비정부기구 ‘아프간 청년연합’이 타브의 학업을 돕기 위한 ‘고 펀드 미’ 모금 사업을 시작했다. 이 단체 소속인 쇼크랴 모함마디는 “이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그 어떤 것도, 두 달 된 아이와 함께 시험을 치르는 일까지 해낸 이 여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브는 이날 입학시험에서 152점을 맞아 원하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남편 모세스는 “아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면, 그건 아내의 재능만 썩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 또한 교육받지 못한 채 남겨질 것 같았다”고 현지 언론 <에틸라투르즈 데일리>에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