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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일파만파…미·러 무력충돌 치닫나

등록 2018-04-10 16:56수정 2018-04-10 19:32

미 “많은 군사적 선택” 위협
러 “중대한 파장 초래” 경고
트럼프 “화학무기, 시리아·러 책임”
러, “미군의 공격은 중대한 파장 부를 것”
미 군사력 동원해도 별다른 효과 없을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 참모들 및 군 지휘부와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 참모들 및 군 지휘부와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사용 책임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무력 충돌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에 책임을 물으며 무력 응징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의 무력 사용은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외교·안보 각료들 및 군 지휘부와의 회의에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그것이 러시아이든 시리아이든 이란이든 혹은 그들 모두이든 간에, 우리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그 대답을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아주 강력하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군사적인 선택이 있고 24~48시간 내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시리아 동구타의 두마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이 정권을 후원하는 러시아를 겨냥해 “그들은 책임이 없다고 말하나, 나에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들이 결백하다면 왜 사람들을 현장에 들여보내 이를 증명하게 하지 않냐”고 물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이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일방적 보복 조처를 시사했다. 그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괴물”이라고 부르고, 러시아와 이란에 “아사드 정권의 살인적 파괴를 가능케 한” 책임을 물었다. 그는 “역사는 안보리가 그 의무를 방기하거나 시리아 국민 보호에 완전히 실패한 이 순간을 기록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미국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대사는 두마 사건은 조작됐다며, 미국의 군사 대응은 “중대한 파장”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두마에서 어떤 화학무기 공격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반러시아 동맹” 구축을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방문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도미사일을 장착한 알리버크급 구축함 2대를 해군 6함대의 작전 지역인 지중해에 배치해 시리아를 타격 거리에 뒀다. 미군은 지난해 4월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제기되자 이 구축함들을 이용해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발사했다.

미·러 등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긴장은 9일 새벽 이란의 군사 인력이 배치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공습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공격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아사드 정부군이 지난 연말부터 탈환 공세를 펼쳐 거의 장악한 동구타의 두마에서는 지난 주말 화학무기 공격으로 60여명이 사망했다. 이 공격은 아사드 정부군이 득세하고, 러시아-이란-터키가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외교적 협상을 진행하는 미묘한 시점에 발생했다. 내전에서 미국 등 서방이 후원하는 반군 세력이 크게 위축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미군 철군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는 화학무기 공격은 아사드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반군 세력이 조작한 것으로, 미군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전이 아사드 정부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상황인데, 내전의 변곡점마다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는 것도 의혹이라고 러시아 쪽은 지적하고 있다. 아사드 정부와 러시아의 승리가 거의 분명해진 동구타에서 자신들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적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군사 보복을 다짐하나 대책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지난해 4월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을 물어 시리아 정부군 시설을 미사일로 타격했으나 아사드 정권의 득세를 막지는 못했다. 로버트 포드 전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가 이란·러시아와 함께 추구할 것은 대화밖에 없고, 트럼프나 러시아도 다른 계획은 없다. 그들 모두가 군사적 상황이 고조되기를 원한다고 상상할 수 없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관리들도 시리아에서 러시아군과 무력 충돌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나 외교적 고립 조처 등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증시에선 9일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 우려로 대표지수가 11.4%나 떨어졌다.

미국으로서는 추가적 군사 조처를 해도 국면 타개를 위한 별다른 효과가 없이 내전의 수렁에 더욱 발목이 잡히게 되고,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관계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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