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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19:06 수정 : 2005.02.02 19:06

콩고민주공화국 종족분쟁중
“우리 ‘씨’ 낳게하자” 성폭행
군 잔당들 종식뒤에도 여전

14살 소녀 므완부아 실리무는 군인들에게 붙잡혀 끌려다니다 몇 달 만에 집에 돌아온 뒤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13명의 군인들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사실을 억지로 털어놔야 했다. 그는 예정일이 지나도록 생리를 하지 않아 임신한 것으로 보였고, 에이즈 감염도 의심스러웠지만 마을에 병원이 없어 확인할 길이 없다. 실리무는 이제 남편을 구하기 어렵다. 결혼을 하더라도 염소 다섯마리와 소금 한가마 등 전통적인 결혼 선물도 신랑에게서 받을 수 없다. 아버지 라자보는 “그게 이곳 정서다. 다른 사람에게 잡히면 여자로서 가치가 없어진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르완다·부룬디 등지와 함께 5년 동안 300만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종족간 인종청소가 벌어졌던 아프리카 중서부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은 이 나라에서 2003년에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아직 횡행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현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31일 보도했다. 후투족과 투치족은 상대 종족의 ‘씨’를 말리려고 남자들은 모두 죽이고 여자들은 자기들의 아이를 낳도록 닥치는 대로 성폭행했다.

무법지대인 동쪽지역에는 아직 군 잔당이 숲과 도시 등지에 숱하게 남아 살인, 약탈, 성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국제사면위원회 최근 보고서를 보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지난 6년간 공식 집계된 성폭행 피해만 최소 4만건에 이른다.

노스키부주 주도인 고마에서는 소녀들에 대한 겁탈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들은 군인뿐 아니라 이웃이나 친척, 교사처럼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콩고에서 활동하는 한 구호기관 관계자의 말을 따 신문은 보도했다.

후유증도 심각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 에이즈다. 인근 우간다, 르완다처럼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나라에서 온 군인과 난민들 때문에, 콩고에도 에이즈 감염자가 매우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이 거의 없어서, 본인도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마니에마주 카송고에서는 한 군인의 성폭행 범죄가 지역 라디오 방송에 보도됐고, 군인은 체포돼 공개적으로 무기한 구금 처벌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에 성폭력 범죄 관련 보도가 나간 것도 이례적이며 가해자가 공식 처벌을 받은 것도 매우 획기적인 변화라고 신문은 전했다. 또 신문은 최근 들어 성폭행 피해자인 딸이나 부인을 비난하기보다, 피해 사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려는 콩고 남자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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