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7 15:25
수정 : 2018.10.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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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위대가 8일 워싱턴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사우디의 저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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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 지목한 15명의 용의자 가운데
왕세자 경호 요원·최고 부검 전문가 등 포함
사우디 정부의 ‘꼬리 자르기’ 시도에도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란 정황 증거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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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위대가 8일 워싱턴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사우디의 저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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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온 저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건 배후에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있다는 방증이 쏟아지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를 구하기 위해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식으로 어설픈 ‘꼬리 자르기’에 나선 사우디의 시도가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카쇼기 살해에 연루됐다고 터키 당국이 공개한 15명의 사우디 요원 가운데 최소 5명이 빈살만 왕세자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얼굴인식 프로그램, 공개 자료,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정보, 유출된 사우디 정부 문서 등을 통해 15명 가운데 최소 9명이 사우디 정보기관, 군 또는 다른 정부 기관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터키 정부는 카쇼기가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2일 이 요원들이 2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터키에 입국했다가 당일 출국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도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문제의 ‘15명의 요원’이 사우디 종합정보국(GIP) ‘고위 요원’의 지시로 조직·파견됐다고 전하며, 이 고위 요원은 빈살만 왕세자의 ‘이너 서클’과 가까운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가 지목한 5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왕세자의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다. 이 신문은 빈살만 왕세자가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을 방문해 찍은 사진에 이 인물이 빈번히 등장한다며, 관련 사진 4장을 제시했다. 또 “무트레브가 2007년 런던의 사우디대사관에 배속됐던 외교관”으로 “경호를 위해 왕세자를 빈번히 수행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공개한 여러 사진에 빈살만 왕세자 주변에서 돌발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이어 사우디 왕가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프랑스인이 확인한 압둘아지즈 무함마드 하우사위, 사우디 언론을 통해 지난해 장교로 승진했다는 보도가 확인되는 사르 갈레브 하르비, 에스엔에스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무함마드 사드 알자흐라니 등이 왕실 경비대 요원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다섯번째 인물로 왕립 의대와 내무부의 고위직에 있는 살라 투바이기를 지목하며 “부검 전문가인 그가 포함된 것으로 볼 때 이번 살해가 애초 계획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이 정말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내에 있었다면, 빈살만 왕세자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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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6일 리야드의 사우디 왕궁에서 자말 카쇼기 살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환담화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과 사우디는 오래되고 강력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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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미묘한’ 관계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그는 15일 밤 9시간에 걸친 사우디 영사관에 대한 터키 경찰의 조사가 끝난 뒤 “독성 물질과 같은 많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물질 위에 페인트가 칠해져 제거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당국자들도 “사우디가 영사관 건물 바닥에 새 페인트를 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은폐 시도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사우디는 ‘불안한’ 침묵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이는 무함마드 오타이비 총영사가 16일 터키를 떠났고, 그날 밤 영사관은 터키 경찰의 2차 조사는 허용하지 않았다. 난처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왕세자와 막 통화했다. 그가 터키 영사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인했다”며 사우디 왕가를 다시 두둔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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