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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검찰 “카슈끄지 살해는 현장 결정…왕세자 무관”

등록 2018-11-16 11:57수정 2018-11-16 13:03

“현장팀장이 귀국 종용하다 거부에 살해 결정”
“빈살만 왕세자, 사건에 대해 어떤 것도 몰랐다”
연루자 5명 사형 구형 방침…꼬리 자르기 발표

미국, 관련 제재 발표…터키 달래기 나서
미 체류 중인 에르도안 정적 귈렌 송환 검토
자말 카슈끄지.
자말 카슈끄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놓고 관련국들의 봉합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우디 검찰이 15일 카슈끄지 살해는 사우디 암살단의 현장 요원이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과 발맞춰,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제재와 함께 이 사건에 가장 반발하는 터키 달래기에 들어갔다.

사우디 검찰은 이날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총책임자는 사우디 정보기관인 총정보국의 아흐메드 아시리 전 부국장이며, 살해는 현장 요원들에 의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검찰의 샬라안 빈 라지 샬라안 검사는 이날 리야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아시리 전 부국장이 카슈끄지의 귀국을 종용하기 위해 파견한 ‘협상팀’이 사건 현장에서 그와 충돌해 협상팀장에 의해 살해가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서 “살해를 명령한 사람은 협상팀장이라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팀장은 카슈끄지가 귀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살려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가 총영사관을 찾은 당일(10월2일) 즉석에서 살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요원들이 논쟁 끝에 상당량의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카슈끄지의 시신은 사건 현장인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내에서 해체됐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시신의 행방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체된 시신은 현지 ‘협력자’에게 전해져 처리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협력자의 몽타주를 그려서 신병을 확보하는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의 최종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것도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5명의 요원들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검찰의 이번 발표는 터키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밝혀왔던 사건의 개요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카슈끄지가 영사관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다’, ‘논쟁 끝에 우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다가, 이번에 그의 살해가 의도적이었던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가 연루됐다거나, 애초부터 카슈끄지의 살해가 목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고 있다. 현장 요원들에 법의학 전문가가 포함된 것은 애초부터 시신 해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협상팀은 설득에 실패하면 완력을 써서라도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강제력을 동원할 경우 현장의 증거를 지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우디 검찰은 사건의 총책임자 아시리 부국장이 카슈끄지와 안면이 있는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카흐타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알카흐타니는 외국의 불순한 조직에 포섭된 카슈끄지가 사우디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그를 강제로라도 귀국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터키 쪽은 즉각 반발했다. 메블뤼트 치우쇼을루 외무장관은 “그들은 카슈끄지 시신이 해체됐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 그를 죽이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이미 들어왔고, 시신이 해체됐다”며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버려졌는가. 어디에 묻혔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터키는 “이 사건의 모든 측면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사우디 쪽의 최종적 해명으로 보이는 사우디 검찰의 발표에 발맞춰, 미국 쪽에서는 관련 제재를 발동했다. 사건과 관련된 17명에 대한 경제 제재다. 빈살만 왕세자의 고문인 알카흐타니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가 포함됐다. 빌살만 왕세자가 올해 미국과 유럽을 방문했을 때 공식 수행한 인사도 명단에 올랐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관리들은 끔찍한 살해에 관련된 자들”이라며 “그들의 행동은 응분의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자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요구되는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무기 금수는 배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기 판매 중단은 우리 자신을 아프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에서는 대사우디 무기 금수 법안이 발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발의에 참가한 이 법안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금수뿐 아니라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연합군 전투기에 대한 미국의 재급유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쪽에서는 또 터키를 달래기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요구하는 정적 펫훌라흐 귈렌의 추방을 검토 중이라고 <엔비시>(NBC)가 보도했다. 이 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지난달 법무부 등에 귈렌을 추방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실패한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미국에 체류 중인 귈렌을 지목하고 그의 송환을 미국에 요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쪽은 그동안 귈렌을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터키 쪽에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귈렌의 송환 문제가 공식화되면 미국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터키 정부는 귈렌의 추방 문제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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