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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8 22:53 수정 : 2018.12.28 23:03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에서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침공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는 가운데 민병대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카미실리/AFP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 미군 철수 발표 후 북부 만비즈 진격
보호막 사라진 쿠르드족, 터키군 위협에 손 내밀어
UAE·바레인 대사관 재개…‘학살자’ 아사드 승기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에서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침공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는 가운데 민병대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카미실리/AFP 연합뉴스
미군 철수 발표로 시리아 북부에서 세력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마자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요충지인 만비즈 지역으로 진격했다. 터키의 위협에 직면한 쿠르드족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 철군 발표가 ‘어제의 적’이었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과 쿠르드족을 합세하게 만들면서 내전의 양상이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리아 정부가 28일 정부군의 만비즈 지역 진군 사실을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군 대변인은 “테러리즘을 분쇄하고 모든 침략자와 점령자를 격퇴하기 위해” 만비즈에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인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터키 국경과 가까운 만비즈 주변에 정부군 300명이 진주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만비즈 시내로는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비즈 시내에는 미군과 프랑스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군의 북상은 쿠르드 민병대가 요청하고 러시아와 조율한 것이다. 쿠르드족 인민수비대는 “우리가 철수한 곳을 통제해달라고 시리아 정부군에 요청했다. 터키의 침공으로부터 이 지역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만비즈 진군은 그동안 적대적이었던 정부군과 쿠르드족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반전이다.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과정에서 확보한 시리아 북동부에서 독립 국가를 세우려고 해왔으며, 시리아 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해왔다. 이런 반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과 함께해온 미군 2200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지 9일 만에 이뤄졌다. 쿠르드 민병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자신들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시리아 정부와 접촉했다. 특히 터키 정부가 만비즈 지역 등 쿠르드족 지역을 침공하겠다며 최근 병력을 국경에 집중시키자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대담하게 북부로 진격한 것은 내전의 한 분기점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주변을 완전히 평정한 데 이어 반군 세력을 몰아내며 내전의 승기를 다져왔다. 이번 행동은 미군 철군 결정에 용기를 얻은 결과로 보인다. 시리아 정부군과 미군은 그동안 정면 충돌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은 이슬람국가 격퇴전 과정에서 자신들과 동맹 관계에 있는 반군이 공격당하거나,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됐을 때는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정부군을 직접 타격했다. 미군은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상공의 제공권을 분점해왔다.

미군 철군 발표를 전후해 시리아 내 쿠르드족 군사력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터키는 허를 찔린 꼴이 됐다. 시리아 정부군이 완충 역할을 한다면 쿠르드족 소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터키 정부는 이날 “쿠르드 인민수비대는 시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없다”며 반발했다. 터키가 후원하는 시리아 북부의 다른 반군 세력은 “군사 작전 준비가 완료됐다”며 만비즈 쪽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의 이동을 “심리전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 쿠르드 민병대를 분쇄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부는 외교적 승리까지 동시에 거두고 있다. 7년 전 아사드의 반정부 세력 유혈 진압에 관계를 단절하고 반정부 세력 편을 들었던 아랍에미리트연합은 27일 다마스쿠스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바레인도 “시리아는 주요 아랍 국가”라며 대사관을 다시 열겠다고 28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관계 정상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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