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1 15:34
수정 : 2018.12.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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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치러지는 대선에 참여하려는 콩고민주공화국 시민들이 30일 수도 킨샤사의 한 투표소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사용된 터치식 전자 투표기가 곳곳에서 고장 나 선거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야권에선 선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종이 투표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킨샤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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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주적 정권교체 될지 주목
투표기 고장에 큰비까지 ‘혼돈’
야권세 강한 지역 투표 연기에
유권자 3% 투표권 박탈 논란도
노벨평화상 받은 무퀘게
“분쟁 우려 속 성폭력 피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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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치러지는 대선에 참여하려는 콩고민주공화국 시민들이 30일 수도 킨샤사의 한 투표소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사용된 터치식 전자 투표기가 곳곳에서 고장 나 선거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야권에선 선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종이 투표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킨샤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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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선될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여권 대선 후보 에마뉴엘 라마자니 샤다리)
“승리는 우리 편이다.”(야권 대선 후보 펠릭스 치세케디)
1990년대 두 차례 내전으로 ‘아프리카의 화약고’라 불려온 콩고민주공화국에서 30일 2년 넘게 미뤄졌던 대선이 실시됐다. 이번 대선이 평화롭게 치러지면 1960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평화로운 정권 승계 또는 이양이 가능하지만,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극심해 한동안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비시>(BBC)는 30일 “이날 내린 큰 비로 수도 킨샤사에서 늦게 선거가 시작됐다. 특히 이번에 처음 사용된 전자투표기에서 문제가 속출해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가 지연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시민 빅토르 발리브와(53)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난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해방됐음을 느낀다”며 12년 만에 치른 대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콩고민주공은 8000만 인구와 다이아몬드·원유·희토류 등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전기자동차 전지에 사용되는 코발트는 세계 공급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오랜 식민 지배와 좌우·민족 대립으로 큰 고통을 겪어온 콩고민주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 나라의 정권을 잡은 것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모투부 세코(1930~97)였다. 이 무렵 쿠바혁명의 주역 체 게바라가 콩고자이르해방민주세력동맹의 로랑 카빌라(1939~2001)와 합세해 공산 혁명을 시도했다.
세코 정권의 32년 철권 통치가 끝난 것은 냉전 이후였다. 카빌라는 1차 콩고 내전(1996~97년)에서 승리한 뒤 국명을 자이르에서 콩고민주공으로 바꿨다. 그러나 1차 내전 때 카빌라를 도운 투치족이 정부 쪽의 홀대에 반발하며 2차 내전(1998년)이 발생했다. 내전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됐고, 카빌라는 2001년 경호원의 총에 암살됐다.
아들인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아 17년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카빌라 대통령은 임기를 ‘5년 2회 연임’으로 한정한 헌법에 따라 2016년 12월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에야 대선을 실시했다.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졌다. 여권에선 카빌라 대통령의 측근인 샤다리(57) 전 내무·치안장관, 야권에선 마르탱 파율루(61)와 제1야당인 민주사회진보연합의 치세케디(55)가 출사표를 던졌다. 외신들은 샤다리가 이기면 카빌라 대통령이 2023년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푸틴식 꼼수’를 통해 집권 연장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의 잠정 결과는 6일께 공개될 전망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치안과 에볼라출혈열을 이유로 야권 세가 강한 동부 일부 지역의 투표를 2019년 3월로 연기했다. 유권자 4000만명 가운데 3%가 사실상 투표권을 빼앗겼다.
카빌라 대통령은 이곳의 투표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15일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18일 새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할 예정이다.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동부 내전 지역에서 성폭행 피해자들을 돌봐온 의사 데니스 무퀘게는 “선거로 인한 혼란으로 성폭력 피해자도 늘고 있다. 분쟁이 또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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