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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1 16:34 수정 : 2019.11.01 20:52

2016년 11월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 외곽의 한 마을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을 패퇴시킨 뒤 노획한 이슬람국가 깃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모술/AP 연합뉴스

31일 성명 “사령관 순교 직후 후계자 지명”
알려지지 않은 인물…무함마드 혈통 내세워
추종자 추스르고 미국엔 “자만 말라” 경고
새 지도부 ‘지하드냐, 새 길이냐’ 갈림길

2016년 11월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 외곽의 한 마을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을 패퇴시킨 뒤 노획한 이슬람국가 깃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모술/A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미군의 습격을 받자 자폭한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의 사망을 이슬람국가가 공식 확인했다. 이슬람국가는 또 창시자 바그다디의 뒤를 이을 새 지도자로 아부 이브라힘 알쿠라이시가 지명됐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국가의 대변인은 지난 31일 이 조직의 선전매체인 <알푸르칸>을 통해 공개한 음성 성명에서, “우리는 충직한 이들의 사령관(의 죽음)을 추모한다”며 “이슬람국가 슈라위원회(이슬람권의 협의체 지도부)가 셰이크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의 순교를 확인한 직후 소집됐으며, 성스러운 전사들의 지도자들이 (알쿠라이시를 새 후계자로) 동의했다”고 밝혔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알쿠라이시는 그동안 외부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슬람국가는 성명에서 새 지도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슬람국가는 통상 지도자들의 이름을 소속 부족과 혈통을 딴 가명으로 언급하며 종종 바뀌기도 한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설명했다.

쿠라이시라는 성씨로 미루어 이슬람국가의 의도를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쿠라이시 부족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하셰미 가문이 속했던 아랍 부족으로, 7세기 이슬람의 발상지 메카를 관장했다. 이슬람국가가 새 지도자가 무함마드 혈통이라는 점을 내세워 추종자들에게 ‘칼리프’ 정통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영국 스완시 대학의 이슬람국가 전문 연구자인 아이멘 알타미니는 31일 <로이터> 통신에, 이슬람국가의 새 지도자로 거명된 알쿠라이시가 미국 국무부가 후계자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해온 하즈 압둘라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즈 압둘라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고위급 지도자 출신으로, 모하메드 사이드 압델라만 마울라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30일 미국 국방부에서 미군 중부사령부의 케네스 매킨지 사령관이 기자들에게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 제거 작전의 성공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슬람국가는 31일 성명에서 추종자들에게 바그다디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촉구하는 한편, 미국에 대한 비난과 보복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들은 “아메리카, 너희는 이슬람국가가 유럽의 최전선에서 서아프리카까지 뻗쳐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가? 너희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걸 보지 못하는가?”라며 “너희의 운명은 하나만 생각하며 잠들고 딴생각하며 깨어나는 늙은 바보에 쥐어져 있다. 자축하거나 자만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는 2014년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에서 바그다디가 창설을 선포한 이래 한때 이라크 절반과 시리아 동부까지 세력을 크게 떨쳤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거치면서,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받은 이라크군과 쿠르드 민병대와의 전투에서 잇따라 패배해 조직이 상당부분 와해된 상태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슬람국가를 끌어갈 새 지도부는 바그다디가 제시한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라 칼리프 국가 건설과 지하드라는 명분의 테러 공격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추종자들을 추스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지 갈림길에 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시리아에서 전격 철군을 단행한 것이 사실상 괴멸상태였던 이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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