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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9 17:40 수정 : 2019.11.20 02:45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을 합법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 발표 “오바마 정책 바꾼다”
“국제법상 불법 아냐”…41년 만에 돌변
‘네타냐후 총리 지원’ 의혹은 적극 부인
이스라엘 “역사적 잘못 바로잡아” 환영

팔레스타인 “국제법과 정면 충돌” 반발
EU “입장 불변…모든 정착촌 중단하라”
미 시민단체 “네타냐후를 위한 선물” 비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을 합법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횡포와 불법행위에 또다시 파란불을 켜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바꾼다”며 “(팔레스타인 자치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민간인 정착촌이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앞서 1978년 지미 카터 정부(민주당)가 팔레스타인 영토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이래 지금까지 유지돼온 미국의 공식 입장을 41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관련기사= ‘이스라엘 정착촌 중단’ 유엔 결의 후폭풍...정착촌이 뭐길래?

폼페이오 장관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당)이 ‘정착촌이 본질적으로 불법이라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을 인용하며, “법적 논쟁의 모든 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 행정부는 레이건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의 근거로, 이스라엘 법원이 일부 정착촌의 합법성을 인정했고, 서안 지구의 궁극적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 달렸으며, 정착촌 건설의 독특한 역사와 환경이 있고, 정착촌의 불법화가 평화를 증진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이같은 결정의 시점이 어느 곳이든 국내 정치와 연계된 것이 아니다”고 말해, 이번 발표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 패배와 부패 혐의 수사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2017년 11월 팔레스타인 자치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의 한 마을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크레인 굴삭기가 아랍인의 거주 가옥을 철거하고 있다. 중동모니터 누리집 갈무리

미국 정부의 이번 선언은 이스라엘의 우파 정부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수십년 분쟁에 기름을 끼얹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걸핏하면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파기해온 행태에 사례 하나를 추가한 것이기도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장 최근인 2016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해왔다. 군사 점령지에 민간인 이주를 금지한 제4차 제네바 협약(1949년, 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제네바 협약)이 근거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정부의 발표를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는 조처”라며 반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정착촌 문제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적절한 곳은 이스라엘 사법 체계”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영구적 평화 달성을 위한 협상을 지속할 준비가 돼있지만 정착촌의 불법성 주장은 계속 거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스라엘의 일부 극우 정치인과 정착촌 옹호 그룹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지의 정착촌을 아예 자국 영토로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현재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 건설된 이스라엘 정착촌의 거주민은 약 70만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아랍권은 트럼프 정부의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어 “미국의 결정은 국제법과 정면충돌한다”며 “미국은 국제법과 같은 유엔 결의를 취소할 자격이나 권한도, 이스라엘 정착촌에 합법성을 부여할 권리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2017년 팔레스타인 자치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의 한 마을에 조성된 유대인 정착촌 전경. 팔레스타인/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유럽연합의 입장은 분명하고 변함없다”는 성명을 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이 점령세력의 의무 규정에 따라 모든 정착촌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팔레스타인 권익 옹호단체 연맹인 ‘팔레스타인 권리를 위한 미국 캠페인’의 유세프 무나예르 사무국장은 “트럼프 정부의 발표는 네타냐후를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자, 정착촌 건설 가속화와 공식 합병에 청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다시 한 번, 트럼프는 극단주의자들과 영합해 미국을 고립시키고 외교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앞서 2016년 트럼프 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이듬해 자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올해 3월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지금까지 점령 중인 시리아의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화답해 골란 고원에 정착촌 신설 방침을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을 현장에 초청해 ‘트럼프 고원’이라고 명명한 정착촌 표지판 제막식을 치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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