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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4 17:26 수정 : 2019.12.04 19:58

이란 유조선 이란 데나호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조선 추적업체 “그레이마켓으로 판로 이동”
하루 70만배럴 수출…중국·시리아가 최대 고객

미 “이란 외환 바닥”…IMF “2013년보다 20%↓”
이란 법원, 미국에 “제재 피해 1300억달러 손배”

이란 유조선 이란 데나호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란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내세운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원유 수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미국 쪽에선 이란이 외환 보유고 급감으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계 소식 전문매체 <비엔이(bne) 인텔리뉴스>는 지난 2일 국제 유조선 추적업체 ‘탱커 트래커’를 인용해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출 제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상당량의 원유를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자국산 원유 판로를 ‘그레이마켓’(음성적인 우회 유통 시장)으로 대거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란산 원유의 양대 목적지는 중국과 시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탱커 트래커의 사미르 마다니 최고경영자는 “이란산 원유 정제품도 추적이 불가능한 ‘거래 중심지’를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원유와 정제유들이 하루 70만 배럴가량 선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다니는 구체적으로 누가 이란산 원유 운송에 관여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레이더 감시망이 미치지 않는 해상에서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원유를 내보낸 뒤, 추적이 어렵게 세관 구역 바깥의 저장시설에 저유했다가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는 보도가 최근 몇 달간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 티브이(TV)>도 3일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며, 미국의 대이란 봉쇄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에샤크 자한기리 부통령은 “우방국들조차 미국의 제재가 두려워 우리 원유의 수입을 중단했지만, 이란은 미국의 압력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원유를 계속 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서 영국 해군 함정에 나포되고 있다. 지브롤터/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란 정부의 재정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며 금융위기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일 보도했다. 이란의 제재 회피 노력이 원유 수출 급감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지만, 이란 정부가 실질적으로 경제 정책을 집행하고 생산설비와 소비재들을 수입할 수 있는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이란의 외환보유고를 86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3년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로 이란이 핵협상 테이블로 나왔을 때보다도 20%가량 적은 규모다.

이란에선 지난달 15일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이 촉발한 격렬한 반정부시위와 초강경 진압 작전이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2일 이란의 이번 반정부 시위로 최소 208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한편 이란 법원은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로 피해를 본 이란 국민에게 미국 정부가 1300억달러(약 154조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이란 관영 <파르스 뉴스>가 3일 보도했다. 이란 사법부의 골람 호세인 에스마일리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 360여명이 미국의 범죄적 제재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법원에 내 원고가 승소했다”며 “각 지방 법원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선고된 배상액의 총액 1300억달러를 미국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 판결을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점에 비춰, 이란 사법부의 발표는 미국의 제재가 이란 국민의 삶에 피해를 주는 부당한 집단처벌이라는 점을 강조한 정치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포함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와 독일 등 6개국이 한해 전에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새로운 합의를 요구하며 이란 제재를 재가동했다. 전 세계 해운사와 에너지기업, 항만 당국들에는 이란산 원유 교역을 중단하지 않으면 재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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