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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15:35 수정 : 2020.01.08 11:19

5일 이란 대통령 로하니를 만나고 있는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나브 솔레이마니.

거의 모든 도시서 일제히 추모행렬
붉은 깃발 들고 ‘피의 복수’ 다짐
유가 인상 반정부 시위도 잠잠
딸, “부친 순교, 미국을 어둠의 날로 이끌 것”

5일 이란 대통령 로하니를 만나고 있는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나브 솔레이마니.

6일 이른 아침부터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시아파의 대표 순례지 도시인 쿰(테헤란 남부)을 비롯해 이란 전역의 거리는 지난 3일 새벽(현지시각) 미군의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암살당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아랍어로 예루살렘을 뜻함) 사령관 추모 장례식에 참석하는 수십만명의 애도 인파로 뒤덮였다.

테헤란에서 상당수의 장례행렬은 솔레이마니 초상화를 손에 든 채 테헤란대학교 외곽에 운집했다. 검은 상복을 입고 가슴을 치며 흐느끼던 애도 인파와 반미 시위대는 붉은 시아파 깃발을 펼쳐 들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이 깃발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흘린 피와 복수를 다짐하는 상징이다. 전날에도 수십만명의 애도 인파가 이란 아흐바즈와 아스하드 시내에서 솔레이마니 시신을 운구하는 행렬을 뒤따르며 반미 구호를 외치고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수십만명이 운집한 테헤란대학교 앞에서 솔레이마니 추모집회 연설을 했다. 테헤란대 교정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의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 무슬림 전통 방식으로 기도하던 도중 한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옆에는 솔레이마니 후임 쿠드스 사령관에 새로 임명된 에스마일 가니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이란 이슬람공화국 수뇌부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가니는 솔레이마니의 오랜 오른팔로, 2012년부터 이라크·레바논·예멘 등지에서 반미 활동을 전개해온 무장세력들을 지원해왔다. 최근 이란에서는 정부의 휘발류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 300명 넘게 숨졌으나, 이날 솔레이마니 추모 장례기간에는 모든 정파 세력이 애도와 함께 참여해 ‘반정부 분노’도 일시적으로 가라앉았다.

이란에서 특정인을 추모하는 장례행렬이 거의 모든 도시에서 일제히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일으킨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1989년에 죽었을 때조차 이번과 같은 대규모 장례행렬은 없었다고 한다. 솔레이마니는 테헤란의 유서깊은 모스크 ‘무스알라’에 시민 참배를 위해 며칠간 안치될 예정이다. 호메이니도 이곳에 안치된 바 있다. 그 뒤 솔레이마니는 케르만에 있는 자기 고향에 묻힐 예정이다.

이란 테헤란의 솔레이마니 추모 행렬.

숨진 가셈 술레이마니의 딸 제이나브 솔레이마니는 이날 테헤란의 대규모 추모 인파 앞에서 “아버지의 순교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어둠의 날’로 이끌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행동을 촉구했다. 이날 장례집회 연설에서 제이나브는 “미친 트럼프”라고 말한 뒤, “트럼프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고 절대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제이나브는 또 “중동지역 미국 군인의 가족들은 이제 그들 자녀의 죽음을 기다리면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가혹한 보복을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4일 이란 국영방송이 생중계한 솔레이마니 조문 장면을 보면 제이나브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라고 물었고, 로하니는 “우리 모두다. 이란 모든 국민이 복수를 할 것이다”고 답했다. 에스마일 가니는 이란 국영 텔레비전에서 “전능한 신의 이름으로 솔레이마니에 대한 보복을 약속한다. 맹세코 보복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신의 도움 앞에서 솔레이마니가 순교한 길을 확고하게 따라갈 것이다. 순교에 대한 대가로 중동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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