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3일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에서 열린 하마스 후보들의 선거유세에서 하마스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헤브론/AP 연합
국제감시단 홍미정 교수, 현지 상황 기고
25일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총선의 막이 올랐다. 10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 결과는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노력해온 팔레스타인의 미래와 중동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벌여온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의 돌풍에 서방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의 국제감시단 단원으로 예루살렘과 라말라의 선거를 지켜보고 있는 홍미정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가 총선 투표를 앞둔 팔레스타인 민심과 전망을 <한겨레>에 전해왔다. [편집자]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팔레스타인 총선의 선거운동은 23일로 막을 내렸다. 24일 하루 내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심했다.
투표 시작(한국시각 25일 오후 2시)을 하루 앞둔 시점에 집권 파타당과 하마스는 명암이 뚜렷이 엇갈린다. 팔레스타인 일간지들과 거리의 풍경을 보면 두 당의 대조적인 표정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하마스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하마스 소속 후보들이 공동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공약을 알렸다. 하마스 지도부의 통제에 따라 지역구 후보자들은 조직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섰다.
반면 집권 파타당의 후보들은 기껏 고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사진을 후광으로 내걸고 따로따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이스라엘과의 협상 실패, 부정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은 파타는 명목상 집권당이지만 선거 이전에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 자치정부에 참여해온 파타 출신 하난 아샤라위 등 정치 엘리트들은 ‘제3의 길’ 등으로 파타와 갈라섰고, 일부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심지어 경쟁 상대인 하마스의 우산 속으로 들어간 파타 출신도 여럿이다. 16개 지역구에서 66명(서안 11개 지역구 42석, 가자 5개 선거구 24석)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41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후보들 중 하마스 소속 8명, 사회주의 정당인 PFLP 1명, 파타 출신인 마르완 바르구티 등 10명의 후보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채 옥중출마했다.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66명을 뽑게 돼 있어 파타와 하마스 등 11개 정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등 각 정당은 서로 구별되는 분명한 정치 프로그램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후보들의 성향도 정당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마흐디 압둘 하디 팔레스타인국제문제연구소(PASSIA) 소장은 “여러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영향력이 큰) 하마스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 후보 가운데는 전직 파타 출신들과 사회주의자들, 자유주의자까지 포함돼 있다. 하마스의 영향력을 빌어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 선거 철새가 된 셈이다. 이것은 현재 대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치 이념보다는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동시에 선거 이후 팔레스타인 정치를 이끌어갈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스라엘, 투표인명부 쥐고 예루살렘 ‘거주권’ 위협우려
라말라, 나블루스, 헤브론, 가자 등 각 지역에 등록된 유권자들은 지역 인구 대비 50%에 육박한다. 그런데 예루살렘 지역의 40만 팔레스타인인들 중 등록 유권자는 인구 대비 10%에 불과하다. 비정부기구(NGO) 단체에서 일하는 마흐무드는 “이스라엘인들이 투표자 명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뒤 투표자들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즉 예루살렘 거주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점을 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막판까지 예루살렘에서 투표를 금지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이스라엘 정부는 동 예루살렘 거주 24만5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중 6100명 정도만 6개의 우체국에서 투표하도록 허락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동예루살렘 주변 지역으로 나가 투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루살렘대학 교수인 무스타파 아부 스웨이는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하마스의 의석은 50%에 육박할 것이며, 파타는 이미 붕괴됐다. 그렇지만, 정권이 교체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고 주장한다. 하마스가 정권을 잡아도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점령 상황은 팔레스타인인들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하마스가 주요 정치 세력이 된 이후,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단절하면서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에 동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외부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달 하마스가 자치정부에 참여하면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해 놓은 상황이다.
홍미정/한국외대 연구교수
반면 집권 파타당의 후보들은 기껏 고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사진을 후광으로 내걸고 따로따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이스라엘과의 협상 실패, 부정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은 파타는 명목상 집권당이지만 선거 이전에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 자치정부에 참여해온 파타 출신 하난 아샤라위 등 정치 엘리트들은 ‘제3의 길’ 등으로 파타와 갈라섰고, 일부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심지어 경쟁 상대인 하마스의 우산 속으로 들어간 파타 출신도 여럿이다. 16개 지역구에서 66명(서안 11개 지역구 42석, 가자 5개 선거구 24석)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41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후보들 중 하마스 소속 8명, 사회주의 정당인 PFLP 1명, 파타 출신인 마르완 바르구티 등 10명의 후보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채 옥중출마했다.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66명을 뽑게 돼 있어 파타와 하마스 등 11개 정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등 각 정당은 서로 구별되는 분명한 정치 프로그램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후보들의 성향도 정당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마흐디 압둘 하디 팔레스타인국제문제연구소(PASSIA) 소장은 “여러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영향력이 큰) 하마스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 후보 가운데는 전직 파타 출신들과 사회주의자들, 자유주의자까지 포함돼 있다. 하마스의 영향력을 빌어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 선거 철새가 된 셈이다. 이것은 현재 대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치 이념보다는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동시에 선거 이후 팔레스타인 정치를 이끌어갈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스라엘, 투표인명부 쥐고 예루살렘 ‘거주권’ 위협우려
예루살렘 대학교수 무스타파 아부 스웨이가 그린 팔레스타인 선거에 대한 그림, 새장 위의 별로 상징되는 이스라엘이 쳐놓은 새장 안에 갇혀 있는 파타(F)와 하마스(H)가 경쟁하는 모습으로 이스라엘의 점령 상황과 선거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서를 보여준다.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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