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굉음과 함께 진흙과 바위들이 마치 ‘수프’처럼 산기슭에서 흘러내려 왔어요”
지난 17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최대 3천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의 기온사우곤 마을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플로렌시오 빈톤 씨는 "쾅!쾅!쾅! 마치 헬리콥터 굉음 같았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산이 무너졌다"는 아내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수프'처럼 흘러내려온 진흙과 바위, 나무 조각들에 집이 무너져 내렸다고 그는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진흙 속에 파묻혀 꼭 잡고 있던 아내의 손마저 놓쳤버렸다"며 "두 손으로 진흙 더미를 헤치면서 몇 시간을 겨우 버틴 뒤에야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신히 '살려달라'고 외쳤다는 그는 "흙더미 위에 있던 이웃들이 맨손으로 진흙을 파해친" 끝에 구조됐지만 심한 상처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그는 "아내는 물론 진흙 속에 통째로 파묻힌 초등학교에 있던 아들과 두 딸의 생사를 모두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생존자인 이레니아 베라스코(59)씨는 집에 있던 당구대 밑에 숨어 간신히 "가마솥 만큼 큰" 바위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흙에 집 전체가 매몰되면서 당구대와 함께 그녀도 흙더미에 파묻혔다.
몇 시간 사투 끝에 구조된 그녀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5명의 손자.손녀들은 모두 실종됐다.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고 울먹였다.
한편, 구조대는 19일 산사태 피해를 입은 기온사우곤 마을에서 14구의 사체를 추가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조작업은 250~300명의 학생 및 선생이 함께 매몰된 초등학교 지역에 집중됐으나 아무런 생존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또 지난 18일 레이테주 피해지역으로부터 수백㎞ 떨어진 필리핀 남부의 삼보앙가 델 수르주의 바요그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두 채의 가옥이 흙더미에 덮여 5명이 숨졌다고 군 구조대 관계자가 19일 밝혔다. (아나하완<필리핀> AP=연합뉴스) jun@yna.co.kr
이날 구조작업은 250~300명의 학생 및 선생이 함께 매몰된 초등학교 지역에 집중됐으나 아무런 생존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또 지난 18일 레이테주 피해지역으로부터 수백㎞ 떨어진 필리핀 남부의 삼보앙가 델 수르주의 바요그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두 채의 가옥이 흙더미에 덮여 5명이 숨졌다고 군 구조대 관계자가 19일 밝혔다. (아나하완<필리핀> AP=연합뉴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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