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키스탄 새 총리로 선출된 셰바즈 샤리프 전 펀자브 주 총리. AP 연합뉴스
사상 첫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된 파키스탄에서 유력 정치 가문 출신 셰바즈 샤리프(70) 전 펀자브 주 총리가 새 총리로 뽑혔다.
11일 오후 파키스탄 하원에서 전체 342명 중 과반인 174명이 찬성해 샤리프가 새 총리로 선출됐다고 현지 일간 <새벽>(DAWN)이 전했다. 이날 총리 선출 투표는 전날인 10일 새벽 크리켓 스타 출신인 임란 칸에 대한 총리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어 열렸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 의원 100명 이상이 항의 표시로 11일 새 총리 선출 투표 전 퇴장해버렸고, 후보는 샤리프 한 명이었다. 샤리프는 칸 전 총리 불신임안 통과를 주도했다.
그는 펀자브주의 주도 라호르의 철강 재벌 가문 출신이다. 그의 형은 1990~93년, 1997~99년, 2013~17년 3차례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72)다. 2017년 파키스탄 대법원은 해외재산 은닉과 탈세 등 부패 혐의로 나와즈 샤리프의 총리직을 박탈했다.
샤리프 새 총리는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에서 여러 차례 주총리를 지냈다. 형이 부패 혐의로 물러나면서 2018년부터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의 총재를 맡고 있다. 그도 형처럼 부패 의혹이 있다. 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12월 부패 감시 기관인 국가회계국(NAB)은 돈세탁 혐의로 그와 아들 소유 부동산 수십개를 압류했다. 이듬해인 2020년 9월 그는 체포됐으나 여섯 달 뒤 보석으로 풀려났고 재판은 현재 계류 중이다. 파키스탄 최대 권력집단인 군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형과는 달리 유연한 협상가적 기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다음 총선이 열릴 내년 8월께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그 앞에 놓인 길은 순탄하지는 않다. 파키스탄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7%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으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칸 전 총리 실각은 이런 경제난이 배경이 됐다. 또한, 칸 전 총리 실각 뒤 지지자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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