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필리핀대통령, ‘피플파워’ 20주년 앞두고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록 2006-02-24 13:42수정 2006-02-24 18:14

'피플파워' 20주년 앞두고 새 쿠데타 준비설
쿠데타 기도 일부 장교 체포..계엄령 전 단계
필리핀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4일 TV와 라디오를 통한 연설을 통해 지난 22일 소장파 장교들에 의한 쿠데타 기도 적발과 '피플파워'(민중혁명)에 의한 정부 전복 시도 재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도 성직자들을 포함한 5천여명의 시민이 항의 시위에 나섰고 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경찰이 진압봉과 물대포로 맞서는 등 혼란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 = 아로요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가 야권 및 극좌.우익 세력이 선거에 의해 출범한 합법적인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취해온 기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정의 최고통수권자로서 군.경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아로요는 사전에 준비된 연설을 통해 "국가에 대한 명백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서 "군의 일부 세력이 지휘체계에서 벗어나 민간정부를 축출한 뒤 헌법에 위배되는 정권 수립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분쇄했다"고설명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이런 상황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 정권에 대한 어떠한 위해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계엄령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 상태다.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이 반역 세력으로부터의 "분명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라울 곤살레스 법무장관도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지난 1986년 마르코스 축출 뒤 조성된 '피플파워' 기념탑에서 진행된 아로요 하야 요구 집회 과정에서 군경이 설치해놓은 바리케이드를 시민들이 제거하고 난입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있은 뒤에 비상사태 선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아로요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전인 이날 새벽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

근 발생한 일련의 위기상황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격화속 군부 동향에 촉각 = 이에 따라 수도 마닐라 일대에는 검문소가 설치됐으며, 최고 군 사령부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도 금지됐다.

군 세력 일부가 시위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대 외곽에서도 바리케이드가 설치됐으며 말라카냥 대통령궁으로 연결되는 도로에는 철조망과 컨테이너가 설치된 가운데 핵심 요원 이외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 마닐라에서는 경찰과 반 정부 시위대간 충돌이 발생했으며 적어도 3명이 체포되고 여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비달 퀘롤 메트로 마닐라 경찰국장도 기념탑에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필리핀 정부는 또 지난 17일 안과치료를 위해 입원한 조셉 에스트라다(67) 전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가택연금을 지시했으나 에스트라다는 퇴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피플 파워'로 대통령직에서 축출된 뒤 한동안 수감됐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둔 상태다.

가두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군부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주요 군 지휘자들은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은 특수부대 지휘자인 육군 장성 1명을 포함해 여러명의 인사들을 쿠데타 계획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제네로소 셍가 총참모총장은 "위협 요인을 감소시켰지만 막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육군참모총장은 22일 아로요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

키려는 군부 쿠데타 음모를 적발해 분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음모에 연루된 14명

장교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페론 총장은 이들이 최소 2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아로요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키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주로 루손섬과 민다나오섬에 주둔하는

부대의 중.대위의 하급장교들로 쿠데타를 실행에 옮길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

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군이 작년 12월 '마지막 혁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적발하면서 쿠데

타 음모를 파악하고 이들의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상사태선포 우려 목소리 이어져 = 이처럼 시국 불안 양상이 이어지자 필리핀 각계에서는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였던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은 "과거 독재자들이 자신을 권좌에 유지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로요가 "위대한 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 안보담당 자문관이기도 한 롤리오 골레스 의원도 비상사태에 대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으며 야당 지도자인 길베르트 레물라 의원은 "정부가 혼돈과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로 추기경에 서품된 가우덴시오 로살레스 마닐라교구 대주교가 비상사태 선포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여러 집단들에게 폭력을 사용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는 등 가톨릭계에서도 불안감을 보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조셉 탄 분석가는 비상사태가 "외국인 투자 심리에 분명히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넬 히로니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태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선한 특파원 smile@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