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아로요(59) 필리핀 대통령이 잇단 군부 쿠데타 기도와 심화되는 경제난 등으로 하야 압력이 거세지면서 취임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있다.
지난 2001년 1월 거액 수뢰 의혹으로 '제2의 피플 파워'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 조셉 에스트라다 이어 대통령에 오른 아로요는 취임 초만해도 코라손 아키노에 이은 여성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좋은 집안 환경과 지성, 귀여운 외모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제9대 대통령인 고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인 아로요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귀국한 뒤 대학교수를 지내다 지난 1980년대말 무역산업부 차관보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이후 199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1998년에는 부통령직에 오르는 등 엘리트 길을 걸었다.
특히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가 표방한 '테러와의 전쟁'에 중요한 해외 파트너의 하나로 기민하게 동참, 한동안 소원했던 대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정치.군사.경제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 전문가로서 여러 경제관련법을 입안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행정부처의 불필요한 관용차 운행 중단, 대통령궁 방문객들에 대한 다과비용 절감 등 일련의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국영기업체의 민영화, 외자 유치 확대를 위한 일자리 800만개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 등 실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구체화하지 못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군부에 대한 취약한 장악력 역시 늘 문제시됐다. 아로요는 집권 초기 이를 의식해 례예스 참모총장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한편 옛 정권에서 성장해온 정치군인들에 대한 숙청 및 군장비 구입과 복지비 등 예산의 투명한 집행 선언 등을 통해 개혁을 시도했지만 구두선에 그쳐 총구를 자신에게 겨냥하는 역효과를 자초했다 는 평도 우세하다.
이와함께 국민통합이라는 대전제 하에 이슬람세력들과의 화해 제스처를 추진하면서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인질사태 등 난항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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