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선포 나흘째를 맞는 필리핀 정국은 정부가 공권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채 어정쩡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비상사태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기강해이가 마닐라에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먼저 지난 24일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비상사태 발동을 선언한지 불과 2시간여만에 상원이 비상사태 선포가 비합법적이라며 딴지를 걸고 나섰고 최근에는 인사불만을 품은 군 장교들의 소요사태까지 일어났다.
필리핀 당국이 비판언론인 데일리 트리뷴지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과 함께 반 정부적인 신문과 방송에 대해 통제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정부 비판적인 논조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 트리뷴지는 당국의 점거 직후인 26일에도 신문을 발간하며 정부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고 다른 현지 언론도 비상선태 선포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며 반아로요 진영의 주장과 활동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심지어 놀리 데 카스트로 부통령마저 26일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고 존중돼야 한다"며 아로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의 정부 비판 활동에 전혀 제재를 가하지 못한채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EDSA 성당 및 피플파워 기념탑, 니노이 아키노 기념동상 등 주요 집회지역의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들도 시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경 안쓴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5일 경찰에 체포된 좌파 성향의 아낙파위스당 지도자 크리스핀 벨트란 의원에 대해서도 지지세력이 본격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체포 하루만인 26일 귀가 조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당국의 이런 느슨한 태도는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아로요 대통령이 이미 부정선거 및 남편.아들의 부정축재 의혹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쿠데타를 시도하는 군 장교들에 대해서도 팔굽혀펴기나 엉덩이 구타 등 체벌, 충성맹세 정도로 방면해주는 관례가 이어지면서 끊임없는 쿠데타설을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27일밤에는 비상사태 속에 해병대 장교가 상관의 인사조치에 불만을 품고 기지를 봉쇄한채 농성을 벌이다 5시간만에 자진 해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관련 사태에 대한 보도 통제에 들어갔으나 이튿날 현지 언론 모두가 이를 대서특필했다. 필리핀 한인회 홍성천 이사장은 "아로요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강력한 단죄를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는 태도가 무능한 공권력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마닐라=연합뉴스)
지난 25일 경찰에 체포된 좌파 성향의 아낙파위스당 지도자 크리스핀 벨트란 의원에 대해서도 지지세력이 본격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체포 하루만인 26일 귀가 조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당국의 이런 느슨한 태도는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아로요 대통령이 이미 부정선거 및 남편.아들의 부정축재 의혹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쿠데타를 시도하는 군 장교들에 대해서도 팔굽혀펴기나 엉덩이 구타 등 체벌, 충성맹세 정도로 방면해주는 관례가 이어지면서 끊임없는 쿠데타설을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27일밤에는 비상사태 속에 해병대 장교가 상관의 인사조치에 불만을 품고 기지를 봉쇄한채 농성을 벌이다 5시간만에 자진 해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관련 사태에 대한 보도 통제에 들어갔으나 이튿날 현지 언론 모두가 이를 대서특필했다. 필리핀 한인회 홍성천 이사장은 "아로요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강력한 단죄를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는 태도가 무능한 공권력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마닐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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