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가비상사태가 선포 일주일 만인 3일 해제됐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방영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법과 질서가 회복됐다고 강하게 확신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주일 만에 정부 전복 기도를 분쇄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이런 모험주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법무장관과 경찰청장은 2일 “사태가 진정되고 있어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한 ‘피플 파워’ 2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군부 불만세력과 공산반군, 시민들이 결탁한 쿠데타 기도를 적발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군 장교와 야당 정치인 등 51명을 구속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철권을 휘둘렀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세력은 아로요 대통령을 비난하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으나, 과거와 같은 피플 파워를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필리핀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군부와 가톨릭 교회가 동참하지 않은 데다, 지배층 내부의 권력다툼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도 등을 돌렸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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