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갈등’ 중 대사, 일본 호출에 불응
아소 외상 “대만은 국가” 맞불 점입가경
아소 외상 “대만은 국가” 맞불 점입가경
‘야스쿠니 전쟁에 외교적 관례는 없다.’
왕이 주일 중국대사가 일본 외무성 호출에도 불응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차관은 8일 왕 대사에게 외무성에 들어올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왕 대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국에게 불만과 항의의 뜻을 전달할 때 통상적으로 쓰는 외교적 방법이 그 나라 대사를 부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외국 대사가 주재국 외교당국의 호출에 응하지 않은 것은 외교관례상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외무성이 왕 대사를 부른 것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의 7일 발언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독일 정부 당국자의 말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일본 지도자가 어떻게 이런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나온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중국 쪽의 비난 공세 가운데 상당히 강도가 높은 것이다.
일본 쪽은 발끈했다. 그러나 왕 대사가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호출에 불응하면서, 일본 쪽은 더욱 머쓱해졌다. 결국 야치 차관은 저녁 무렵에야 전화로 “의견차가 있더라도 적절한 표현을 써야 한다”며 항의했다. 왕 대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는 중국의 견해를 되풀이했을 뿐, 사과하지 않았다. 전화통화에선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일본의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9일 “외교 수장인 인물이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어리석다거나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것은 품위가 없다”고 반격을 퍼부었다.
야스쿠니 문제를 둘러싼 두 나라의 마찰은 ‘힘 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총리의 참배에 대한 찬반을 기준으로 일본 정치인에 대한 대우를 극단적으로 달리 한다. 지난달 하순 중국을 방문한 ‘아시아 중시’파 니카이 도시히로 경제산업상은 당 서열 3위인 원자바오 총리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의 심복인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핵심인사 면담을 거부당한 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왕 대사의 대응에서 보듯이 중국 쪽은 노골적인 ‘실력행사’도 아끼지 않는다. 중국의 대표적인 일본통인 왕 대사는 2004년 고이즈미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뚝심을 보여, 일본 쪽을 바짝 긴장시켰다. 지난해 5월에는 아이치 박람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우이 부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을 몇시간 앞두고 갑자기 귀국해, 보란듯이 바람을 맞히기도 했다.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이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을 ‘국가’로 부르며 자극하자, 중국 쪽이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등 극우 외상과 관방장관의 등장 이후 대결의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