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탁신 총리 전격 사임

총선 지지율 급락·반정부집회 재개 움직임 영향

타이 국민과 야당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온 탁신 친나왓 타이 총리가 4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탁신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나는 새 의회가 개원된 이후 총리직을 취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신 총리의 사임 발표는 타이 국민들과 정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한 직후 나왔다.

이에 따라 푸미폰 국왕이 탁신 총리에게 사임을 강력하게 권고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주요 야당 세력과 시민단체들이 반정부 항의집회를 재개할 준비를 하고, 조기총선 결과 탁신 정부의 부패와 권력 남용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그의 인기가 급락한 것도 탁신 총리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비 집계결과 탁신 총리는 2일 실시된 총선에서 방콕 등 주요도시에서 기권자들이 속출한 가운데 5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탁신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방콕에서 200㎞ 가량 떨어진 프라추압 키리칸주의 휴양도시 후어힌에 있는 클라이캉원 왕궁으로 가 푸미폰 국왕을 알현했다. 푸미폰 국왕 알현은 탁신 총리가 3일 밤 텔레비전 대담프로에 나와 각계 원로들로 ‘국가화해위원회’ 구성을 제의하면서 현 단계에서는 사임할 뜻이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 뒤 이뤄졌다.

탁신 총리는 지난 2월24일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직후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관측통들은 국왕으로부터 자신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사임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탁신 총리의 친족들이 운영하는 정보통신 재벌 ‘친’그룹이 지난 1월 싱가포르의 국영 테마섹 그룹에 19억달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타이 국민들의 항의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앞서 조기총선을 전면 보이콧한 민주당과 칫타이, 마하촌 등 타이 3대 야당은 ‘야권이 정치 현장으로 돌아오고 반정부 시위가 중단되면 총리직을 사임할 수 있다’는 탁신 총리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탁신 총리를 압박했다.

탁신 총리는 3일 밤 텔레비전 정치 대담프로에 나와 야권이 정치현장으로 돌아오고 반 탁신 시위가 중단되면 자신도 총리직을 사임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아피싯 자지와 총재는 이날 야3당 대표 회동 뒤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탁신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가 화해와 단합을 위해 정치개혁 이후 실시될 총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피싯 총재는 탁신 총리에게 약속을 지킬 것과 자신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최종 결정을 조속히 내릴 것을 촉구했다.

마하촌당의 사난 카촌프라삿 대표도 야권의 탁신 총리 제안 수용 사실을 밝히면서 그러나 탁신 총리가 그만둔 뒤 구성될 과도 내각에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탁신 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연합 지도부도 이날 탁신이 사임하지 않으면 오는 7일 방콕 국회의사당 앞 ‘로열 플라자’에서 열기로 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혀, 탁신 총리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김도형 기자 [e-mail] 외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