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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최대 피해자’ 여성·어린이 먼저 도와야

등록 2006-05-29 18:50수정 2006-05-29 22:15

헬프파운데이션 니카트 샤피 대표
카슈미르 분쟁이 할퀴고간 상처는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더욱 깊이 남았다.

눈앞에서 부모가 잡혀가고 죽는 것을 본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남성중심 사회인 이곳에서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고 군대의 성폭행을 겪은 여성들은 살아 남았어도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구호단체 헬프파운데이션 대표인 니카트 샤피(56)는 이런 비극 위에 희망의 씨를 뿌려 왔다. 헬프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선 인도군과 무장세력, 교전으로 희생된 민간인의 아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돌본다. 학교 2곳과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폭력 피해자들에게 정신과 상담과 생계지원을 해준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에게 수공예 기술을 가르치고 판로를 열어줘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가난한 소녀들의 결혼자금도 지원한다.

스리나가르에서 나고 자란 샤피 대표는 97년 사재를 털어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가 살해되는 것을 본 뒤 말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이 세상에 마음을 닫은 채 원한에 찬 무장세력이 되지 않도록 치료하고 도와야 한다.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카슈미르 밖의 세상을 알고 힌두와 무슬림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상담을 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성폭행의 고통을 털어놓으며 울던 여성들이 직업교육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고 변하는 모습을 그들의 얼굴에서 보아 왔다”고 말했다. 그가 이 일을 하는 동안 그와 가족들은 암살 위협에 시달렸고, 그의 남편이 공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많은 후원자들이 그를 돕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성단체들의 추천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무슬림과 힌두교도, 시크교도가 이웃으로 어울려 살던 어린 시절을 아련하게 회상한다. “힌두교도들이 위협 속에 떠나야 했고, 민간인뿐 아니라 무장세력과 인도군, 그들의 가족까지 온 사회가 고통에 빠졌다. 곳곳에서 분노와 문제를 일으키는 인도군이 철수해야 한다. 우선 군대가 강제로 점거한 민간인들의 건물을 내놓고 도시에서 외곽으로라도 철수하기만 해도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이다. 카슈미르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

샤피 대표는 최근 카슈미르 상황이 나아졌지만 “카슈미르인들은 아직도 오늘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국경마을 근처 결혼식에서 사람들이 관습에 따라 폭죽을 터뜨렸는데 군대가 무장세력으로 착각하고 총을 쏴 신부가 죽고, 젊은이들은 영하 10℃의 추위 속에서 고문 당했다. 무장세력들도 밀고자라며 민간인 집에 폭탄을 던지고 간다. 거리에서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대부분 인도군이나 무장세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런 영토분쟁이 정치적으로 어렵고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안다. 다들 영토에만 관심을 두고 카슈미르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고통을 앉아서 팔짱만 끼고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 수 있다. 이제 폭력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함께 찾아간 수피 사원에서 그는 두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그가 기원하는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스리나가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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