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의 대상이 된 홍콩 ‘버스 아저씨’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통화를 하다 승객과 시비를 벌이는 모습을 찍은 이른바 '버스 아저씨' 휴대폰 동영상에 대해 홍콩 네티즌들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이를 지적하는 승객과 실랑이를 벌인 50대 남성에 대해 대해 홍콩 네티즌들의 동정과 관심이 이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이라면 공중도덕을 무시한 채 무례함까지 보인 이 남성이 비난받았을 것이지만 오히려 홍콩 네티즌들은 '버스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남성의 행동이 대도시의 각박하고 짜증스런 삶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버스 아저씨' 사건은 지난 4월29일 밤 홍콩의 한 버스 안에서 시작됐다.

버스를 타고 가던 로저 찬(50)은 휴대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 한 젊은이로부터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받았다.

찬은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나 지금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야"라면서 "나 지금 열 받았어. 너도 열 받지. 왜 날 건드려"라고 소리지르면서 6분여에 걸쳐 젊은 승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장면은 같은 버스에 있던 다른 승객이 휴대폰으로 촬영, '버스 아저씨'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다운로드 횟수가 50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면서 찬의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 배너광고가 등장하고 그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신호음으로까지 사용되고 있다.

찬이 내뱉은 "나 지금 열 받았어"란 말은 홍콩 주민들 사이에 일종의 유행어가 되고 있으며 교육당국까지 나서 공중도덕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토론자료로 이용할 계획을 밝힐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찬의 행동이 홍콩의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홍콩 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각박함과 짜증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를 받고있다면서 이 때문에 찬이 비난받아야할 행동을 했음에도 동정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버스 아저씨'로 유명세를 타면서 한 스테이크 전문점의 홍보담당으로 취직까지 하게 된 찬은 좋지 않은 일로 기회를 잡게 됐지만 좋게 결말을 보고 싶다면서 열심히 일해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살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계환 특파원 [e-mail]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