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순회특파원
중국의 등덜미 고비사막에
예슐론 감청 허용설까지…
놀란 중 “3억달러 줄게”
러시아도 “10억달라빚 탕감”
예슐론 감청 허용설까지…
놀란 중 “3억달러 줄게”
러시아도 “10억달라빚 탕감”
[순회특파원이 간다]
“40년 동안 나는 두 개의 미국을 봤다. (옛 공산 몽골 치하에서 본) 베트남을 침공한 ‘나쁜 제국주의자’ 미국이 그 하나고, 몽골과 동반자 관계가 된 우방 미국이 다른 하나다. 지난해 11월 부시가 몽골을 방문해 몽골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을 때 혼란스러웠다.”
바트뭉흐 몽골 <데일리뉴스> 편집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몽골과 미국의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영어가 제일 중요한 외국어가 됐고, 미국은 몽골의 제2 수출시장이 됐다. 거리 곳곳에는 몽골어 표기를 위해 차용한 러시아 문자 옆에 속속 영문 상호가 등장하고 있다.
더 급격한 변화는 군사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몽골 헌법은 외국과 어떠한 형태의 군사동맹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과의 교류는 거의 군사동맹 수준이라고 이평래 한신대 연구교수는 평가한다. 1995년 몽골 국방장관의 방미를 시작으로 양국 국방 관계자의 상호방문이 이어지고, 군 개혁과 군사교육·군사장비의 현대화에도 미국이 간여하고 있다. 아울러 재난구호 목적을 내건 합동 군사훈련이 96년부터 실시됐다. “몽골은 아프간에 이어 콩고, 이라크 등에 군대를 파견했다”고 담딘 촉트바타르 몽골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말했다.
미국은 올해도 전지구적 평화작전 이니셔티브(GPOI)에 따라 11일부터 25일까지 ‘칸 퀘스트 훈련’을 실시한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미군 220명과 몽골군 630명 및 피지 등 다른 5개국 병사 242명이 참가할 이 훈련은 몽골 5개 지역에서의 야전훈련과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펼쳐질 인도적인 민간지원 활동으로 이뤄진다고 미국 쪽은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몽골 기자는 미국이 중국 동북부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고비사막에 감청장치인 애슐론을 배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장비 이동을 목격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칸 퀘스트 훈련을 이유로 한때 몽골 건국 800돌 행사에 중국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한다. 미국-몽골 군사교류 강화가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촉트바타르 보좌관은 고비사막 미군 배치설에 대해 “몽골의 외교정책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무책임하지 않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몽골에 대한 미국의 일차적인 관심이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몽골을 방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몽골은 공산주의에서 전환한 지 15년 만에 생동하는 민주주의를 이룩함으로써 성공사례가 됐다”고 칭송하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약속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부시의 발언은 중국 주변의 미군 배치 형태를 변화시키는 전략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중국포위 전략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럼스펠드를 비롯한 국방부 아시아전략 책임자들은 “몽골을 대중국 포위망에 넣어 동북아 전략에서 운신 폭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몽골을 ‘밀레니엄 챌린지 계획’에 포함시켜 매년 3억달러 수준의 원조를 약속하고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민간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관련 있다고 외교 관계자들은 본다. 미국의 움직임에 놀란 중국도 최근 몽골에 3억달러 차관을 약속했고, 러시아 역시 2003년 말 몽골이 소련 시절에 진 빚 10억달러를 탕감했다. 몽골에 가장 많은 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일본은 원조액을 현재의 8억달러에서 10억달러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몽골 연간 국내총생산액이 14억달러(2005년 추계, 미국 중앙정보국 자료)임을 고려하면 이런 금액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난 몽골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각축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틈바구니를 헤쳐가는 방향에 따라 몽골이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안보불안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울란바토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그러나 몽골에 대한 미국의 일차적인 관심이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몽골을 방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몽골은 공산주의에서 전환한 지 15년 만에 생동하는 민주주의를 이룩함으로써 성공사례가 됐다”고 칭송하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약속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부시의 발언은 중국 주변의 미군 배치 형태를 변화시키는 전략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중국포위 전략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럼스펠드를 비롯한 국방부 아시아전략 책임자들은 “몽골을 대중국 포위망에 넣어 동북아 전략에서 운신 폭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몽골을 ‘밀레니엄 챌린지 계획’에 포함시켜 매년 3억달러 수준의 원조를 약속하고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민간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관련 있다고 외교 관계자들은 본다. 미국의 움직임에 놀란 중국도 최근 몽골에 3억달러 차관을 약속했고, 러시아 역시 2003년 말 몽골이 소련 시절에 진 빚 10억달러를 탕감했다. 몽골에 가장 많은 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일본은 원조액을 현재의 8억달러에서 10억달러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몽골 연간 국내총생산액이 14억달러(2005년 추계, 미국 중앙정보국 자료)임을 고려하면 이런 금액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난 몽골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각축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틈바구니를 헤쳐가는 방향에 따라 몽골이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안보불안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울란바토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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