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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홍콩영화’ 같은 홍콩

등록 2006-08-27 19:12

대낮 도심 ‘야구방망이 테러’
입법의원 퇴원하자 또 협박
보낸 이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는 24일 배달됐다. 안에는 커터 칼날이 하나 들어있고 협박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번에 죽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그러나 다음에도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을 거다. 조심해라.”

홍콩의 변호사이자 입법의원인 앨버트 호는 24일 병원에서 퇴원하자마다 이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5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 20일 홍콩 도심의 맥도널드 가게 안에서 야구 모자를 눌러 쓴 세 명의 괴한에게 야구 방망이로 죽도록 얻어맞았다. 야구방망이가 부러진 뒤에야 이들은 피 흘리는 호 의원을 남겨두고 150명의 목격자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현장을 떠났다. 홍콩 영화에서 흔히 보던 장면이 홍콩 도심에서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홍콩 경찰은 특별 수사팀을 구성했으나 아직 이들의 그림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호 의원에 대한 백주대낮의 테러는 홍콩 시민들에게 2002년 해리 램 살해 사건을 연상시켰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주식 투자자이던 램은 단골 찻집에서 아침을 먹다 살해당했다. 그의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괴한은 조용히 램의 식탁에 다가가 그의 머리에 총을 쏜 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탄피를 주워 호주머니에 담고 카운터로 가 자기 밥값을 치른 뒤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사건의 범인 또한 잡히지 않았다.

홍콩 시민들은 이런 대범한 범죄의 배후에 ‘삼합회’라 불리는 중국 마피아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보도했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 대륙으로 홍콩이 반환됐을 때 홍콩 시민들은 영국식 민주주의와 법치가 뿌리 내린 홍콩에 대해 중국공산당의 간섭과 삼합회의 발호를 가장 우려했다. 램 살해 사건과 호 의원에 대한 테러로 이런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호 의원 테러 사건으로 가장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건 마카오 최대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도박 재벌 스탠리 호이다. 그는 여동생 위니 호와 재산 분쟁을 겪고 있으며, 호 의원은 위니 호의 법정 대리인을 맡고 있다. 스탠리 호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모이는 건 호 의원에 앞서 위니 호의 법정 대리인을 맡았던 변호사 목추컨 또한 의문의 강도사건으로 폭행을 당한 뒤 이 사건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스탠리 호 주변에서 ‘삼합회’의 그림자를 느끼게 만든 사건은 호 의원 테러가 유일한 게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그의 카지노 귀빈실을 운영하던 차오예콩 부부가 중국과 마카오 국경 부근의 차 안에서 칼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스탠리 호는 2004년 마카오에 샌즈 카지노라는 경쟁업체가 문을 연 뒤 귀빈실 운영자들에게 수지 하락의 책임을 지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리 호는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행 수법의 대담성과 잔인함은 폭력조직이 개입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홍콩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을 홍콩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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