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도사회, ‘국민가요’ 둘러싸고 양분 양상

등록 2006-08-31 00:32

대다수의 인도인에게 사실상의 애국가로 간주되는 한 노래를 둘러싸고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에 마찰이 심화되면서 인도 사회가 다시 양극화되는 양상이다.

인도 국민회의당 정부는 국민가요 격인 `반데 마타람'이 작곡된 지 100년째인 내달 9일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이 노래를 의무적으로 부르도록 했다가 무슬림측의 반발에 부딪히자 자율에 맞기기로 지난주에 결정했다.

그러나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은 지난 28일 정부의 방침과 달리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는 5개 주(州)에서 이 노래를 반드시 부르도록 지시하면서 마드라사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산스크리트어로 "어머니시여! 당신께 기댑니다"라는 의미의 반데 마타람은 힌두 여신인 두르가를 찬양하는 노래로 영국 식민지 시절에 독립운동가들의 `투쟁가'로 널리 불렸던 노래다.

BJP는 이 노래를 인도인들의 `애국심'과 결부시키고 있지만, 유일신 알라를 제외하고는 부모나 조국은 물론 하물며 예언자 마호메트조차 숭배할 수 없는 무슬림들의 입장에서는 힌두신을 찬미하는 이 노래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웨스트벵갈 출신의 시인인 반킴 찬드라 차토파드야가 작시한 반데 마타람은 1905년 바라나시에서 열린 국민회의당의 집회에서 처음으로 불렸다.

독립 직후 이 노래는 공식적인 인도 애국가로 채택될 뻔 했으나 무슬림들의 반발 때문에 결국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타고르가 작시한 `자나 가나 마나'에 자리를 내줬다. 이는 인도가 힌두교의 나라가 아닌 세속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힌두교도들은 지금도 반다 마타람을 사실상의 애국가로 떠받들고 있으며, 의회에서도 각 회기가 열리거나 끝나는 날 항상 이 노래가 불린다.


BJP의 고위 당직자인 비자이 쿠마르 말로트라는 "반데 마타람은 국가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몇가지 중의 하나로 결코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가 이를 자율에 맞기기로 한 것은 애국심의 결여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이 노래가 애국심의 척도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30일 밝혔다.

전인도무슬림민법위원회(AIMPLB)의 카말 파루크 사무총장은 "반데 마타람을 부르는 것을 애국심과 연결하는 BJP의 태도를 보면서 고통을 느낀다"면서 "최소한 마드라사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칙령을 내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starget@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