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집권 마하타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당내 대의원 선거 낙선…‘종이호랑이’ 전락
당내 대의원 선거 낙선…‘종이호랑이’ 전락
말레이시아를 22년 철권통치했던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를 이젠 ‘종이호랑이’로 불러도 될 것 같다. 그가 속한 집권당 대의원 선거에서조차 낙선했기 때문이다.
10일 외신들에 따르면, 마하티르는 전날 치러진 집권당 ‘통합말레이국민기구’ 대의원 선거에서 그의 고향인 북부 케다흐주의 쿠방 파수 선거구를 통해 출마했으나 후보자 15명 가운데 9위에 그쳐 낙선했다. 모두 2292명인 대의원이 되기 위해선, 이 선거구에서 7등 안에 들어야 한다. 이 선거구에서 1위는 지역의 학교교사가 차지했으며 마하티르의 막내 아들 무크리즈는 5위로 당선권에 들었다.
그가 당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집권당 대의원이 되고자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의원들에게만 오는 11월 치러지는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마하티르는 최근 1년여 동안, 후계자인 압둘라 바다위 총리가 자신의 집권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여러 대형 국책사업을 폐기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려왔다. 그는 또 최근 바다위 일가의 부패 의혹까지 제기하며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때문에 바다위의 총재 재선이 유력시되는 11월 전당대회에서 마하티르가 어떤 방식으로 바다위 총리를 겨냥할지가 관심사였다.
전문가들은 마하티르의 낙선은 집권당 총재인 바다위 총리가 당내에서 확고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말레이시아 전략연구센터의 라자크 바긴다 소장은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말레이시아 집권당은 ‘시혜’에 기반한 정치를 한다”며 “현 총리는 (당원들에게) 나누어 줄 여러가지를 가지고 있지만 마하티르는 당에 어떤 공식적인 자리가 없는 주변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피 라마사미 전 말레이시아국립대 교수도 “(마하티르의 낙선은) 집권당 수뇌부의 작품이다”며 “(마하티르 선거구 당원들에게) 마하티르에게 투표하면 이슬람사원 건축 계약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을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10일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에 밝혔다.
또 바다위가 지난달 사회기반시설 확충 예산을 크게 늘려잡는 정부 재정계획을 내놓았은 것도 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설업계의 지지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마하티르를 침묵으로 이끌기는 힘들 것 같다. 아들 무크리즈는 “선거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누구도 아버지가 나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역시 지난주 대의원 출마 철회를 종용하는 당원들에게 “나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있으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하지만 그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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