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벤 대만 총통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12일 수도 타이베이의 총통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엄지손가락을 땅으로 향한 채 총통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들이 시내 중심부로 몰려와 지난 9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총통 하야 요구시위에 합류했다. 타이베이/AFP 연합
천수이볜 퇴진요구…다음달 총파업 예고
천수이볜 총통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대만 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시위를 이끌고 있는 ‘100만 반부패 운동본부’는 15일부터는 총통부와 총통관저를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15일부터는 총통부 봉쇄=시위 지도부는 12일 “천 총통 퇴진 시위가 장기전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15일 자정부터 타이베이를 ‘봉쇄’하기 위한 행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두 무리로 나뉘어 총통부와 총통관저를 에워싼 뒤 촛불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시위대는 21일까지 집회를 계속하면서 천 총통 퇴진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11일 전국 노조가 다음달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 지도부는 당장 총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전국 노조의 50%는 동참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대만 주식시장은 12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내림세로 출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일 30여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로 시작했다. 100만 반부패 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마잉주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 친민당 주석을 비롯해 천 총통의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스밍더 전 민진당 주석까지 참석했다. 스 전 주석은 집회에서 “오늘부터 정식으로 천 총통의 하야를 위한 행동을 개시한다”며 “천 총통이 임기를 채우려 한다면 대만은 식물국가가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당은 내각제로 정국반전 고려=일요일인 10일에는 총통부 앞에서 붉은색 옷을 입은 3000여명의 시위대가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인 11일에는 넥타이부대까지 가세하며 기세를 올렸다. 아침에 1만5천여명에 그쳤던 시위대가 퇴근시간이 지나면서 3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빵과 물을 건네주며 시위대를 격려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천 총통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9일에 이어 10일에도 “총통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헌정질서 교란 행위”라며 “임기가 끝나는 2008년 5월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당인 민진당은 내각제 개헌으로 정국을 반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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