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총통 지지 시위도
천수이볜 대만 총통의 퇴진을 요구하는 ‘붉은 물결’이 다시 타이베이 도심을 휩쓸었다. 지난 15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천 총통 퇴진 요구 시위에는 대만 민주화 운동 사상 가장 많은 100만명(경찰 추산 36만명)이 참여했다. 이에 천 총통 지지자들이 16일 같은 자리에서 대규모 맞불시위에 나서, 타이완 정국이 일촉즉발의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밍더 전 민진당 주석이 이끄는 ‘100만 인민 반부패 운동본부’는 15일 총통부와 총통관저 주변 5.5㎞를 ‘인의 장막’으로 봉쇄했다. 시위대는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천 총통 퇴진”(阿扁下台)을 외치며 총통부를 둘러싼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운동본부 쪽은 밤 9시 이후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시위대가 100만명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스 전 주석은 “이번 시위는 대만 인민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날 시위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퇴근길 회사원, 군인, 공무원도 상당수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들은 구호에 맞춰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천 총통 퇴진을 촉구했다.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엔 한 남자가 천 총통 퇴진을 요구하며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하려다 시위대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
16일엔 천 총통 지지자들의 맞불시위가 총통부 앞에서 벌어졌다. ‘타이완의 햇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위에는 15만명(경찰 추산 6만명)의 천 총통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천 총통 힘내라”(阿扁加油)를 외치며 시위대와 일부 언론을 ‘공산당 앞잡이’ ‘대만을 강간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들이 대부분 동원된 이들로 보였다고 보도했다. 천탕산 총통부 비서장은 연설에서 “천 총통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뜻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천 총통 지지자들은 방송사 2곳의 현장중계석에 들어가 방송장비를 부수고 기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방송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붉은 옷을 입은 카메라맨은 시위대에 쫓기다 구타를 당했다. 이날 도심 곳곳에서 천 총통 지지자와 시위대가 충돌해 5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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