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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악어 사냥꾼 딸 “나도 아빠처럼 될래요”

등록 2006-09-21 07:59

지난 4일 가오리 가시에 찔려 숨진 호주의 악어 사냥꾼 스티브 어윈의 추도식이 20일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 코스트 호주 동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야생동물 보호 운동가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로 그의 인기를 말해주듯 5천여명의 시민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존 하워드 호주 총리, 피터 비티 퀸즐랜드 주지사, 영화배우 러셀 크로우, 케빈 코스트너, 카메론 디아즈, 휴 잭먼, CNN 방송 진행자 래리 킹, 가수 저스틴 팀벌레이크 등이 미리 녹음된 테이프를 통하거나 행사장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는 추도사를 했다.

하지만 이날의 스타는 이들이 아니었다.

생전의 아빠처럼 카키색 셔츠 차림으로 단상의 중앙무대에 올라 아빠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원고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간 여덟 살짜리 딸 빈디였다.

아직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엄마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빈디의 추도사는 가족을 대표한 것이기도 했다.

'아빠는 나의 영웅'이라는 말로 추도사를 시작한 빈디는 "나는 아빠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아빠는 모든 사람들이 야생의 세계를 사랑할 수 있도록 세계를 바꾸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빈디는 "아빠는 우리 가족들을 언제나 함께 데리고 다녔다"면서 "우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찍을 때나 악어를 잡을 때나 늘 함께 있었으며 숲 속의 생활을 우리 모두가 사랑했다"고 말했다.

빈디는 "아빠의 열정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한다"면서 "아빠가 했던 것처럼 나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미래의 포부를 밝혔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원고를 읽어 내려간 빈디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를 가진 아이"라고 다시 한 번 아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내비친 뒤 "나는 앞으로 매일 아빠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며 "악어를 볼 때마다 아빠를 생각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빈디는 이어 "아빠가 여기에 호주 동물원을 만든 것은 모든 사람들이 여기 와서 동물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면서 "아빠가 여기에 자신의 삶을 바쳤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들이 아빠를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빈디의 추도사가 끝나자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운 5천여명의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미래의 악어 사냥꾼'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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