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아프가니스탄 중부 가즈니주에서 만난 한 아프간 어린이, 가난에 찌든 아이들의 모습은 아프간 곳곳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아프간 침공 5년(하)아프간의 절망
카불 시내 마약중독자 재활센터인 ‘네잣센터’에선 10명의 마약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재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다. 네잣센터의 행정 담당 매니저 압둘 파타는 치료 대기자가 1600명이며, 카불에만 6만여명의 마약 중독자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는 92만여명이 마약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한다.
78%는 남성, 15%는 여성이다. 어린아이들도 7%나 된다. 카불 시장에선 1g에 200아프가니, 한국돈 4천원이면 쉽게 아편을 살 수 있다.
아프간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업이 없고 돈도 벌 수 없으니 괴로워서” 마약에 손을 댄다고 말한다. 실업률은 40%, 인구의 절반가량이 직업 없이 살아간다.
마약 생산 급증은 남부 지역 탈레반 세력의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탈레반 정권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아편 재배를 장려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지금도 탈레반 세력은 아편 재배를 통해 전사를 모집하고 무기를 사들인다. 아프간 경찰과 군인이 하루 2달러를 벌지만, 탈레반 전사는 15달러를 번다고 한다. 아프간 경찰들이 농부나 탈레반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아편 재배를 눈감아 주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무능 아래 국민들은 계속되는 기근과 가난에 허덕인다. 카불 시내 러시아워에는 도로에 차보다 걸인수가 더 많다. 옛 소련 침공과 내전 당시 전 국토에 심어진 지뢰는 한달 평균 120명 정도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도 평생 불구의 몸으로 고통 받는다.

▲ 올해 24살인 나지불라는 17살 때 북부동맹의 군인으로 징집돼 탈레반과 싸우던 중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9월말 카불의 폐허 건물에서 그를 만났다.
▲ 아프간 어린이들이 구호품을 달라며 미군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호소하고 있다.
▲ 대부분 지역에 수도 시설이 없는 아프간에서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은 주로 아이들의 몫이다.
▲ 카불 중심지
▲ 지난달초 카불 북쪽 쇼말리 평원에서 10대 소녀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포도 농사 일을 하고 있다.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아프간 여인이 9월말 카불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다.
이달초 카불 외곽 시골 마을에서 만난 여성들, 부르카를 사 입지 못해 아예 스카프로 한쪽 눈만 남긴채 얼굴 전체를 가린다. 그 사이로 보이는 눈과 주름진 피부가 이들의 힘든 삶을 느끼게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1989년 소련군 탱크가 철수한 이래 오랜 내전에 시달려왔다. 타지크족과 파슈툰족, 우즈벡족 군벌들간의 힘겨루기 싸움은 경제 인프라를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군벌들이 세 과시를 하는 동안 남부지역에서 힘을 키운 탈레반은 1996년 카불을 함락했다. 탈레반 정권의 철권통치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은 경제를 망가뜨렸을 뿐 아니라 국민 대부분을 문맹자로 만들었다. 아프간인의 65%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 50%는 절대 빈곤층이다. 평균수명은 43~45살이다.
문맹자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악순환은 마약 중독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제대로 된 농사로는 먹고 살기 힘든 농부들은 마약 재배자로 변신한다. 유엔 마약및범죄국(UNODC)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아프간의 헤로인 원료 생산은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6100톤에 이르렀다. 아프간은 전 세계 헤로인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이달초 카불 외곽 시골 마을에서 만난 여성들, 부르카를 사 입지 못해 아예 스카프로 한쪽 눈만 남긴채 얼굴 전체를 가린다. 그 사이로 보이는 눈과 주름진 피부가 이들의 힘든 삶을 느끼게 한다.
지난달 21일 네잣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던 샤 모하메드(오른쪽)와 사이드 알람(왼쪽)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무능 아래 국민들은 계속되는 기근과 가난에 허덕인다. 카불 시내 러시아워에는 도로에 차보다 걸인수가 더 많다. 옛 소련 침공과 내전 당시 전 국토에 심어진 지뢰는 한달 평균 120명 정도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도 평생 불구의 몸으로 고통 받는다.
50대로 보이는 샤 모하메드는 35살이다. 그는 탈레반 집권 뒤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9월말 카불 시내 마약 중독자들의 은신처에서 아프간인들이 헤로인을 흡입하고 있다.
이제 탈레반 세력이 북상할 조짐을 보이면서,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마저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부에선 국제평화유지군(ISAF)의 전사자 소식이 매일 들려온다. 탈레반이 카르자이 정부를 몰아낸다면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절망의 1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프간인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 멀리 있는지도 모른다.김주선/프리랜서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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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인 중독자인 파레드 아흐마드가 중독자들이 모이는 카불의 폐허 건물에서 헤로인을 흡입하고 있다. 9월말 촬영.
9월말 마약 중독자들의 은신처로 알려진 카불시내 한 지역에 주사기와 한국산 담배 파인(솔) 담배곽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지난달 21일 카불 시내 마약중독자 재활센터인 네잣센터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가하는 마약중독자와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하는 중독자들이 서로 껴앉으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아편 생산은 탈레반과 군벌들의 든든한 수입원이며, 희망을 찾기 어려운 아프간에서 사람들은 쉽게 마약에 빠져든다. 아프간인 92만명이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다.
▲ 올해 24살인 나지불라는 17살 때 북부동맹의 군인으로 징집돼 탈레반과 싸우던 중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9월말 카불의 폐허 건물에서 그를 만났다.
▲ 아프간 어린이들이 구호품을 달라며 미군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호소하고 있다.
▲ 대부분 지역에 수도 시설이 없는 아프간에서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은 주로 아이들의 몫이다.
▲ 카불 중심지
▲ 지난달초 카불 북쪽 쇼말리 평원에서 10대 소녀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포도 농사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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