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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중국 스포츠 스타들 은퇴 뒤 생활 ‘엉망’

등록 2007-07-20 21:04

“국가가 평생을 돌봐줄 테니 이기는 것만 신경써.”

쩌우춘란은 13살 때 코치의 이 말을 믿고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 역도선수가 됐다. 19살에 전국 역도대회 48㎏급에서 1위에 올랐고, 4개 전국대회도 더 휩쓸었다. 하지만, 1993년 은퇴했을 때, 코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여자역도팀 부엌에서 3년간 잡일을 한 뒤, 떠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동안 먹은 스테로이드 탓에 남자처럼 수염이 나고 목젖이 튀어나온 상태였다. 아이도 가질 수 없게 됐다. 교육도 못받고 운동만 알았던 그는 공사장에서 일하다 목욕탕 안마사가 됐다. 받은 돈은 한달에 약 5만5천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감정에 북받쳐 “스포츠에 젊음을 받쳤지만, 지식도 기술도 없고, 자궁은 임신도 할 수 없게 돼 쓰레기처럼 버려졌다”고 하소연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17일 쩌우춘란처럼, 중국에서 일회용품처럼 쓰인 뒤 버려지는 스포츠 선수들의 사연을 전했다. 한 역도팀 코치는 쩌우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며, “전국대회 메달은 쓸모가 없다. 세계대회 우승자가 은퇴 뒤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1999년 베이징 국제마라톤대회 우승자 아이둥메이는 생계를 위해 메달을 팔 수밖에 없다고 지난해 털어놨다. 전 아시아 역도챔피언 차이리는 33살에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렴으로 숨졌다. 〈차이나스포츠데일리〉는 은퇴선수 30만명의 약 80%가 실업, 부상, 가난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중국에서 자본주의 도입 뒤 한때 선수를 죽을 때까지 보장하던 스포츠 시스템이 무너졌고, 스포츠 협회는 더이상 ‘돈이 안되는’ 절정기를 지난 선수들은 돌보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3년에는 법에 따라, 은퇴 뒤 고용의무가 고용자에서 선수 개인에게 넘어갔다. 다만, 앞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프로선수로 선발할 수 없고, 선수들이 대학에서 수업을 듣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질지 모른다고 〈타임〉은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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