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군 반대하며 베트남전 거론하자 격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철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베트남전을 언급한 데 대해, 베트남인들이 “견강부회”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미 육군참전용사회 연례모임에서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옹호하면서 “베트남의 명백한 유산은 무고한 시민 몇백만명이 미군 철수의 대가를 치렀다는 점이다. 그들의 고통은 ‘보트 피플’‘재교육 캠프’‘킬링 필드’ 같은 새 용어를 우리 어휘에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반응은 비교적 절제된 것이었다. 레중 외교부 대변인은 코멘트를 요청받자 “베트남에서 벌어진 미국의 전쟁에 관한 한 우리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이는 베트남 인민의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전쟁이 베트남 인민에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줬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베트남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하노이 거주 참전 용사인 부후이찌에우는 “미군이 베트남에 더 오래 주둔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됐을 것이란 점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라며 “부시 대통령 말고는 베트남전이 더 길게 끌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킨쑤언탕은 “부시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것은 침략이며 모든 문제의 출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 당분간은 폭력사태가 더 심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화할 것”이라며 미군 철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의회의 외교위원장을 지낸 똔느티닌은 “남·북 베트남 양쪽을 포함해 우리가 전쟁으로 인해 치러야했던 대가는 애초 미군의 침략이 없었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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